서울아산병원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92번 환자(27)는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보건용 N95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병원에 간접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9일 청원경찰이 방문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던 27세 청원경찰이 이날 92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9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92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응급실을 찾은 6번 환자(71·사망)를 안내할 때 N95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 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한 92번 환자는 약 10분간 접촉한 것만으로 메르스에 감염됐다. 의료진과 간단한 문답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응급실로 안내한 그 짧은 시간에 감염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환자는 초기에 감염자라고 특정할 만한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특정이 쉽지 않다”며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환자들의 진단과 무관하게, 모든 환자를 볼 때 항상 표준적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보건의료 노동자 범주에는 의사·간호사뿐 아니라 청소노동자·청원경찰까지 포함된다.
이 병원의 한 의사는 “초기엔 의사에게만 마스크를 줘서 ‘간호사에게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병원에 이야기를 했을 정도니 청원경찰은 생각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경비업체 노동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했다가 병원 반대로 잠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의료진은 “보안요원들이 초기엔 며칠간 쓰다가 병원이 ‘보호자가 동요한다’며 못 쓰게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보안요원들은 자기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메르스 사태 초기 대다수 대형병원들이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환자 접촉이 일어난 지난달 26일은 메르스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않아 소홀한 점이 있었다”며 “응급실 내 환자 분류 구역에서 일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썼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