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지하철 내 IT 시스템 구축사업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ICT 등 3개 업체가 담합했다며 총 187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결정을 2013년에 내렸다. 이 중 포스코ICT가 내야 할 과징금은 71억4700만원.
담합이 벌어진 시점이 2008년 11월 11일인데, 2013년 11월 5일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으니 시효 만료(5년)를 6일 남겨둔 아슬아슬한 결정이었다. 공정거래법은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 당사자에게 통지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게 돼 있다.
3개사 중 2개사에는 과징금 부과 통지가 무사히 이뤄졌다. 그런데 포스코ICT에는 5년 하고 하루 지난 2013년 11월 12일에 통지가 됐다. 포스코ICT는 과징금을 낼 수 없다며 소송을 냈고 올해 초 고등법원에서도 승소했다. 통보 시효를 하루 넘기는 바람에 국고(과징금)로 들어와야 할 돈 71억원을 날리게 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공무원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중앙징계위원회에 이 업무에 관여한 공정위 과장과 사무관에게 각각 경징계와 중징계 결정을 내려 달라고 의뢰했고, 곧 확정될 예정이다. 이들은 왜 그런 실수를 한 걸까. 당시 담당 사무관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사건이 거의 종결되자 결혼 준비를 위해 2013년 11월 8일 하루 연가를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료 직원에게 포스코ICT에 대한 통지를 부탁했다. 포스코ICT를 대리한 법무법인이 과징금 통지서를 직접 받아갈 수도 있었지만 오지 않아서 통지를 부탁했다고 한다. 동료 직원은 11월 8일 등기 우편으로 통지서를 보냈다. 이날은 금요일이었고 주말을 지나 다음 월요일인 11월 11일 통지서가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효가 만료되는 당일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통지서는 다음날인 12일 포스코ICT에 도착했다. 등기 우편이 하루 늦게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예상해서 11월 8일 당일 송달되는 우편을 이용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결국 통지가 하루 늦고 말았다. 이후 포스코ICT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통지가 하루 늦은 것을 발견해 소송을 낸 것이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ICT는 정보통신 시스템 설치·관리 업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중한 업무 때문에 결혼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여성 사무관이 휴가를 내고 동료 직원에게 부탁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