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9)씨는 "일반 저축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낮다"는 말을 듣고 최근 한 금융지주의 계열사인 저축은행을 찾았다. 은행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꽉 차 있던 김씨는 생활자금 1000만원이 급히 필요했다. 하지만 이 저축은행은 김씨의 신용등급(7등급)이 너무 낮다며 대출을 거부했다. 결국 김씨는 다른 저축은행에서 연 20%대 후반의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연 20~30%대 고금리 신용대출을 판매하고 있는 데 비해 KB·신한·하나·NH·IBK 등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계열사인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 금리가 연 10%대라는 점에서 '착한 저축은행'이란 평판을 얻었다.
그런데 저축은행 이용자들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대출 문턱이 높다"고 하소연합니다. 실제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의 경우 고객의 90% 정도가 1~6등급의 신용등급에 속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7등급 이하는 대출받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 은행들이 금리를 낮춘 건 착해서가 아니라 대출금을 안 떼일 우량 고객만 상대하겠다는 전략에 다름 아니라는 거다.
이렇게 고객을 까다롭게 선별하다 보니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의 여신 점유율은 매우 낮다. KB·신한·하나·NH·IBK 저축은행의 여신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총 3조2376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29조9772억원)의 10.8%다. 이들 5개 저축은행의 대출금을 다 합쳐봐야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3조87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도 말 못할 고충이 있다. 2011년 저축은행들이 무리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로 대거 파산하자 금융 당국의 강권으로 금융지주들이 부실 저축은행들을 떠안았다. 원하지 않는 사업 영역에 발을 들인 셈이죠. 저신용자들까지 고객으로 끌어안으려면 연체율이 올라가고, 결국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금융지주들이 고금리 대금업을 한다는 비난을 받아선 곤란하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저축은행에 주어진 역할은 서민들의 급전 조달을 돕는 것이다. 이미지를 관리하느라 본연의 사명을 도외시한다면 그런 금융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