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조씨, 고급빌라에 수입차 10대 리스 호화 생활, 5개 시중은행 347억원 피해 예상
모뉴엘 사건의 판박이 같은 대출 사기사건이 또 터졌다.
1개당 생산원가 2만 원짜리 제품을 2억 원으로 둔갑시켜 허위 수출을 한 후 1500억 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수출업자가 세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3조 원대의 무역금융을 가로챈 모뉴엘 사건 같은 전형적인 외환비리다.
[서울=연합통신넷/진상훈기자]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1일 수출품 가격 조작과 위장 수출 방식으로 1,522억 원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고 28억 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관세법 및 특가법상 재산 국외 도피)로 H사 대표 조모(56)씨가 구속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 자금담당과장도 불구속 입건 조치했다.
세관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06년부터 올해 3월까지 291회에 걸쳐 2만 원짜리 플라스틱 TV 캐비닛(사진·제작과정에서 금형 성능시험 등을 위해 사출한 플라스틱 TV 전면 케이스)을 개당 2억 원으로 조작해 1563억 원으로 부풀려 일본 M사로 수출했다고 신고했다. 실제 물건은 아내 이름으로 설립한 미국 P사로 보내고 국내 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했으며, 수출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위장 수출을 반복해 대출을 갚는 수법을 썼다.
조씨가 부풀린 수출가격은 무려 1만 배에 달한다. 대출금 중 미상환 금액이 300억 원대에 달해 기업은행, SC제일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수협 등 5개 은행의 피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대출받은 무역금융 가운데 28억원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일본의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해 미국에서 주택구입 등에 사용했다. 또 14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했고 65억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내연녀 명의의 회사로도 25억원을 송금했다. 조씨는 법인카드로 명품과 금괴 등을 사들이고 월세 1,800만원짜리 고급빌라에서 거주하면서 페라리 2대, 람보르기니 1대 등 고급 외제차 10여 대를 리스해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무역금융 대출을 하다가 수출 서류를 허술하게 심사했다"며 "2만원 상당의 제품을 2억원으로 부풀렸는데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관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 중 347억 원이 미상환돼 해당 은행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부(國富)유출수사전담팀'을 중심으로 무역금융 부당 수령이나 재산 해외도피 사범을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