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간호사 식당게시판에 "끝까지 환자 곁에 있겠다" 글 올려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식당게시판에 "끝까지 환자 곁에 있겠다" 글 올려
의사·간호사 다수 격리돼 인력부족 심각…음압시설 관리자·방사선사 등도 분투
"여보세요, 삼성서울병원이죠. 제가 오늘 거기 가기로 했는데 좀 불안해서…. 그냥 약만 저희 집으로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삼성서울병원에서 10년 넘게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전화를 건 사람에게 "법적으로 안 된다"고 안내했다. 이 병원이 메르스 발병 병원으로 발표된 이후 최근 이런 식으로 외래방문 예약을 취소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의료진이 인력 부족 속에서도 감염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방역의 제1선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
A 간호사는 10일 한매체에 "우리 병원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이후 병원 방문자는 물론이고 의료진까지 다수가 격리되면서 남은 의료진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간호사가 일하던 병동은 인원이 25명에서 20명으로 줄었다. 20명이 일하던 옆 병동은 9명밖에 남지 않았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도 다수가 격리됐다. 35번 환자(38·삼성서울병원 의사)를 비롯한 이 병원의 외과 의료진 절반 정도가 격리됐고, 감염내과에서도 다수가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A 간호사는 "병원 밖에서도 내가 이 병원 간호사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어서 내가 알아서 외부 활동은 피하고 있다"며 "조카들을 보러 가고 싶어도 친오빠가 못 오게 할 때는 내가 마치 세균 덩어리라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간호사들은 환자 곁으로 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10일 SNS에서 화제가 된 사진에는 삼성서울병원 식당 게시판에 간호사가 쓴 글이 공개됐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는 내용으로 자신과 동료들과의 다짐이다.
음압병상에서 환자를 대면하는 의사들 역시 감염의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국가지정격리병상의 최모 의사는 "다른 병원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동료들과 함께 '우리는 괜찮을까' 걱정했다"며 "동료들과 서로 보호 장비를 챙겨 주면서 우리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 감염되기보다 다른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걸릴 확률이 더 높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만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음압 시설을 유지해주시는 분, X-레이를 촬영해주시는 방사선사, 환자의 식사를 마련해주시는 분까지 모두 다같이 고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