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현지시각) 애플의 세계개발자대회(WWDC) 기조연설이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 기조연설이 끝나갈 때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하나 더(one more thing)"라며 실시간 음원 재생 서비스 '애플뮤직'을 발표했다. 애플뮤직은 월 1만원의 가격에 무제한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유명 디제이(DJ)들이 24시간 직접 선곡한 음악을 들려준다. 애플은 이 서비스를 100여개국에 우선 출시한다고 밝혔다. 청중은 열광했고, 애플뮤직은 이날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의 애플 제품 이용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출시 대상 100여국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뮤직 뿐만이 아니다. 이날 WWDC에서 발표된 애플페이, 뉴스 앱, 지도 앱 등도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한국 소비자들은 애플 기기를 사 놓고도 온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꼴이다.
애플의 한국 소비자 홀대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한국은 아이폰 1차 출시국에서 늘 제외됐다. 애플워치도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한국에 공식 출시했다. 2012년 내놓은 모바일 운영체제 iOS6에서는 국가 설정에서 '대한민국'을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라고 표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한국의 법 규제가 심해 애플이 서비스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하지만, 애플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세계 최대 IT 제품 시장인 중국에는 애플이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다. 애프터서비스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자 쿡 CEO가 직접 나서 진화했다. 애플은 중국 산림 보호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이다.
애플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이들은 한국시장이 중국만큼 크지 않아 애플이 한국과 중국을 차별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작아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인구가 800만명에 불과하지만 애플은 대부분의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제때 스위스에 제공한다. 한국에는 정식 애플 스토어가 하나도 없지만 스위스에는 3개나 있다.
이런 차별에도 애플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호응은 뜨겁다. 애플은 한국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차지했고, 아이폰으로만 약 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애플이 한국에서 조단위의 매출을 올리면서 한국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는 모습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수출 대상인 국가(한국)를 조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애플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산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동까지 보인다. 애플이 제조회사와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깨닫고 실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