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매주 '고비' 또는 '진정세'라는 어긋난 전망을 내놓자, 정부가 무책임한 예측으로 국민을 '희망고문'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 발표와 달리 메르스 감염은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최경환 국무총리 권한대행은 1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번 주가 메르스 확산의 고비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인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재 확진 환자 증가세는 줄어들고 있지만 지금이 고비"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 총리대행의 '고비' 발언이 전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또 고비"냐며 불신이 쏟아졌다. 홍아무개(38)씨는 "장난도 아니고 벌써 몇번째 고비, 기로, 분수령인지 모르겠다. 정부 발표가 번번이 빗나가니 이제 별 기대도 안 한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앞으로 1주일을 메르스 확산이냐 진정이냐의 기로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첫번째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뒤 '2차 감염 발병 가능 시점'인 6월3일까지 추가 감염자가 없으면 메르스가 진정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예측은 2일 첫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어긋났다. 이어 4일에는 3차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확진 전 1500여명이 모인 재건축 조합 행사에 참여하고, 이 의사를 감염시킨 확진자가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원 밖 감염' 공포가 널리 퍼졌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과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7일 병원 이름을 처음 공개했다. 대책본부는 이튿날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했던 1차 유행은 종식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삼성서울병원도 곧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최 총리대행이 메르스 점검 회의에서 "이번 주가 메르스 사태해결의 최대 고비"라며 "메르스 사태를 금주 내 종식시킨다는 각오로 총력 대응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총리대행의 비장한 발표와 달리 메르스 확산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11일엔 115번째 환자(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밖에서 감염된 외래환자)와 119번째 환자(평택 경찰관)의 감염 경로가 미궁에 빠지면서 메르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 됐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방역의 기본인 역학·추적 조사에서 계속 구멍이 뚫리는데도 정부가 이를 막을 능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근거 없는 낙관이 되레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정부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번 주 고비' 전망이 계속 틀리고 있다"며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137번째 환자)의 대규모 감염이 현실화되면 2~3개월 지속될 가능성도 있어 종료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