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음력 정월 초하루, 민족 대명절 설을 맞이해 떠나는 ‘영상앨범 산’의 이야기.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오랜 시간 깊은 인연을 쌓아온 김동률 씨와 한동근 씨가 젊은 날의 추억이 남아있는 월출산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푸르던 20대 청춘에 처음 찾았고, 이제는 머리에 은은하게 서리가 내린 중년이 되어 다시 찾아온 산. 월출산은 그 시절 아름다운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까?
산으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영암 구림마을. 영암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구림마을은 삼한 시대부터 지금까지 2,200년 동안 전통과 역사를 지켜온 곳이다. 소복이 쌓인 눈이 겨울의 운치를 더하고,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에 새록새록 옛 추억이 떠오르는 길. 정겨운 구림마을과 그림처럼 고요하게 얼어붙어 있는 대동제까지. 월출산에서 뻗어 내린 자락, 그 둘레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영암을 찾은 여행자들에겐 즐거운 선물이 된다.
월출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탐방로는 구름다리를 건너 정상으로 가는 길. 하지만 워낙 험한 길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는 산행이 통제된다. 일행은 경포대계곡을 들머리로 구정봉을 지나 천황봉 정상에 닿는, 월출산의 매력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택했다. 물기 어린 계곡과 화려한 꽃보다 더 고운 하얀 눈꽃이 피어있는 나무들을 지나자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기기묘묘한 바위들.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라 불리는 월출산의 면모가 서서히 드러나는 듯하다.
쉼 없이 다리품을 팔며 오르다 보니 한 번씩 눈발을 흩뿌리던 안개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구정봉(705m)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정봉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는데 한쪽 면 전체의 형태가 커다란 사람의 얼굴과 똑 닮아있어 ‘큰 바위 얼굴’이라는 재미난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40여 년간 월출산 사진을 촬영해 온 사진작가 박철 씨가 지난 2009년 우연히 발견해 화제가 된 이 바위는, 얼굴 형태를 가진 자연 암석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월출산에서 으뜸가는 명소가 되었다.
이어, 월출산의 주봉이자 천혜의 전망터인 천황봉(809m)으로 향하는 길. 새하얀 설국으로 빛나는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영암과 강진의 탁 트인 풍경, 가슴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영혼까지 맑아지는 것만 같다.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땅과 사람들을 지켜온 지긋한 바위산으로 정 깊은 이들이 함께 떠난 여정. 이번 주, 설 기획 ‘영상앨범 산’에서 만나본다. 18일 오전 7시 50분 KBS 2TV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