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미군의 탄저균 국내 도입 논란으로 제기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권고사항 정도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개정보다는 '합의권고문(Agreed Recommendation)' 형태로 새로운 개선 사항을 추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현행 SOFA 9조5항(통관 및 관세와 관련 조항)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지적에 "현재까지의 (정부)의견은 조항 수정보다는 권고사항으로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잠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이 "미군이 알려주는 것 외에 아시는 것은 있나, 탄저균 관련은 주한미군 사령부의 일인가, 사고 현장엔 다녀오셨나, 대한민국 국민은 관여 못 하나"라고 강하게 질타했지만 한 장관은 "미국이 조사결과를 통보해주기로 했으니 그에 따라 법적 제도적 보완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탄저균이 배달된 것도 슬픈데 이후에 진행과정과 대한민국 슬픈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방부는 미군측에서 실수로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달했다고 말하는 대로 믿고 있는데 이것은 앞으로 한미가 추가적 조사를 통해 확정할 부분"이라며 "명백히 국내법상 위반을 검토해야 하는데 조사를 멈추고 있는 행위는 국가의 책임을 유기하고 형사재판권을 포기하는 행위다. 지금의 조사는 언제든 수사체계로 바뀔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최초엔 미군과 합동조사단을 꾸렸다고 들었는데 지금 가만히 미군 자체조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 위해 미측과 협의해왔다. 빠르면 이버주 안으로 국방부 정책기획관, 질병관리본부, 미군과 합동조사단을 꾸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 의원은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갖고 있으면서 북한의 생화학적 위협에 대비해 미군이 자체 훈련하는 상황을 우리 정부가 까맣게 모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는 대응태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미측이 이번에 탄저균을 한반도에 처음 반입했다는 거짓 발표를 사실로 믿는가"라며 "우리 군이 너무 미측에 저자세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미군이 일방적으로 오산 기지에 폴리스라인 설치하고 일방적으로 보고하는 등 사태에 대해 참담한 마음인데 20일이 지나도록 우리 국방부가 대안과 능동적 입장 내놓은 걸 못 봤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는 15일 발생한 북한군 병사의 GP(경계초소)를 통한 귀순 과정과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답변으로 일관해 질타를 받았다.

'귀순자가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북측 철책을 통과했나'라는 질문에 한 장관은 "귀순 병사가 시계를 차지 않아 시간을 특정해 설명드릴 수 없다"고 답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측 경계가 북한군에 의해 뚫린 게 아니냐는 안 의원의 지적에 "그렇게 보면 안된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메르스 대책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자 보도에 따르면 메르스로 지역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나고 범정부 차원의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고자 장병 휴가와 외출을 정상화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고 나온다"며 "무슨 근거로 메르스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보시는가"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방사청이 2006년 1월 출범해 딱 10년이 됐는데 방사청 출범 후 10년간 방산비리 사건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하는가'라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질의에 "방사청 개청 이전엔 대형 비리가 많이 있었다면 개청 이후엔 생계형 비리가 많다고 본다. 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생계형"이라고 답했다.유 원내대표는 "그간 방사청과 국방부를 통합시키는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방사청 개청 이후 깨끗해졌다는 논리가 무너졌으니 다시 한 번 조직개편, 구조조정을 생각 해보시라"고 말했다.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한 장관에게 "진짜 놀랐다.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지는데 어떻게 방사청 비리를 생계형 비리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과거엔 눈치보면서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했던 것인데 지금은 실무자들이 권한을 갖고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으로 더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장관이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고 해명하자 정 의원은 "지금 표현이 적절치 않은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시는 장관님 생각이 문제다. 전국방송으로 국민들이 이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생각했겠나"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방사청이 2017년까지 조직 내 현역 군인 300명을 내보내고 이를 민간 공무원으로 대체하도록 한 방침의 적절성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에 황진하 국방위 위원장은 방사청 내 군인과 공무원 비율 인적 조정을 3:7로 개편하게 된 경위를 보고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한편, 한민구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논란과 관련, "미국 측에서 '현지 사령관으로부터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으니 어디가 적절한 지 자기네들이 평가를 해 본 적 있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