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피의자에 수갑을 채운 채 조사하는 데 항의하는 변호인을 강제로 끌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사가 사전 양해 없이 재판에 나타나지 않아 재판이 연기되는 일도 일어났다.
변협은 16일 검사가 피의자의 수갑을 풀어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묵살하고, 항의하는 변호인을 강제로 끌어내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를 규탄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변협에 따르면 수원지검 공안부 ㄱ검사는 지난달 26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ㄴ씨를 불러 조사했다. ㄴ씨의 변호인은 ㄴ씨에게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조사가 시작되자 수갑을 풀어주고 조사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변협은 ㄱ검사가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한 뒤 수갑을 풀어줄지 결정하겠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변호인이 계속 항의하자 아예 조사실 밖으로 내보냈다는 것이다. 변협은 “변호인은 팔이 꺾인 채 강제로 끌려 나가는 과정에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면서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변호인이 동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변협의 주장이 일부 사실과 다르며 검사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인정신문 뒤 수갑을 풀어줬으며 피의자 조사에 동석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변호인 측이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은 피의자와 함께 검사실에 입실해 앉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선 채 검사에게 피의자에 대한 수갑해제를 요구하며 15분간이나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변호인이 퇴거된 이후) 피의자가 변호인의 도움을 원해 수차례 변호인에게 연락을 했지만 일방적으로 끊거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당검사가 오지 않아 재판이 연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이동근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일광공영 부회장 강모씨 등 방위사업비리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려고 했으나 예정된 시각인 오전 11시에서 20분이 지나도록 기다려도 검사가 오지 않자 2주 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작 이날 출석하지 않아도 됐던 강씨 등 피고인 2명은 방청석의 지인들과 인사만 나누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검사가 다른 사건을 조사하느라 사무실에서 늦게 출발해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