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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무성·박원순 누가 잘했나..
정치

박근혜·김무성·박원순 누가 잘했나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6/17 15:37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4차 감염자들이 늘어나면서 메르스 사태가 다발화·장기화하고 감염경로 추적에도 비상등이 커졌다. 이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선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

제80회 ‘박근혜, 김무성, 박원순 누가 잘했나’에서 “특정 현안만으로 리더십을 온전히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메르스 확산과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도자라면 반드시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논설위원은 “이 때 말고 다른 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못했는데 다음번에는 잘할 수 있을 가능성은 일단 적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메르스 사태에 최소한의 리더십 역량이라도 보여줘야 다른 현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섯명의 정치 지도자가 있다. 지도자로서 덕목과 자질을 지닌 인물은 누구인지, 이대근 논설위원의 평가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4일 국립중앙의료원 방문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의료 현장을 찾았다. 지난 10일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부산의 한 국밥집을 찾아 식사를 하며 불안을 잠재우려 노려했다. 11~12일에는 여의도성모병원과 강남구 보건소를 찾았다. 14일에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찾아 임산부를 안심시키려 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김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정치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이 논설위원은 “최일선에서 연일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진이나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본 시민을 찾아 위로하는데 적극적이었다”며 “일관성 있고 꾸준한 그의 발길은 바로 메르스 공포가 불필요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 시장은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던 의사가 1565명이 모인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으나 정부가 방치했다”며 “이제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자발적 격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금부터 서울시 메르스 방역본부장 박원순입니다“라며 메르스 대처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이 발표는 과잉 반응으로 불안을 더 부추긴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만의 하나에 대비한 선제 조치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이렇게 박 시장에 대한 엇갈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계기로 정보공개와 지방정부의 확진 권한 부여의 성과를 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서울시장으로서 메르스 대응을 주도하는 자세 그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대형쇼핑몰 가든파이브를 찾았다. 가든파이프는 메르스 35번째 확진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 ㄱ씨(38)가 의심 환자 상태였던 지난달 30일 다녀간 곳이다. 박 시장은 손님이 끊겼다는 하소연을 듣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찾은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서울지역 집중 치료기관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14일에는 메르스 노출자 진료병원인 서북병원을 방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을 갖고 있다.|서성일기자


박 시장은 지난 13일 예정된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그대로 진행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아르바이트하면서 이 시험을 차근히 준비해온 젊은이들의 인생계획과 꿈을 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택격리자도 시험을 치를 수 있게 조치했다. 고사장 앞에 손 소독제, 열화상 카메라, 비접촉 온도계를 설치, 입장하는 수험생들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케 했다.

이 논설위원은 “만일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면 그간 시험을 준비해 온 13만명을 좌절시키게 된다”며 “긴급 기자회견에 이어 메르스 공포를 또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시험을 강행하면 메르스 확산 시점에 무모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었다. 시험을 치르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큰 파장이 일 수 있는 문제였다. 결국 메르스 감염자 없이 무사히 시험을 마쳤다.

박 시장은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국가방역망에서 사실상 열외 상태였고 그것이 오늘날 큰 화를 불렀다”면서 “삼성서울병원에 전권을 맡기는 건 부적절하고 정부와 시가 참여하는 특별대책반이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수도 있었다. 서울시가 재건축 조합 참석자 개인 정보를 노출시키고 서울시립병원인 서울의료원 간부가 ”메르스 발생 병원에서 오는 환자를 받지 말라“는 실수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두번 사과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젊은이를 좌절시키지 않고 메르스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도 않는,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두번째 도전을 무난히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며 스스로 서울시 방역 지휘자로 나서 신속 대응과 유연한 대응으로 지도력을 보여주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서울시의 실수에 대해서는 즉각 사과하며 시민과 소통하는 자세도 부족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대근 논설위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야당 지도자이면서도 초당 협력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논설위원은 “국회법 개정안 논란 와중에도 정쟁을 중단하자며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 메르스에 여야가 협력하자는 결의를 이끌어내고 국회에 대책특위를 설치했다”며 “정부 비판을 자제하고 조언 성격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논설위원은 김무성 대표, 박원순 시장,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며 “특별히 점수를 줄 일은 아니다”고 했다. 3명의 지도력이 부각된 건 다른 지도자들이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과 상반된 다른 2명의 지도자들은 어떤 행보를 보였는가.


■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지냈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물이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그러나 “평소에도 그랬듯이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역시 막말 수준의 저급하고 과격한 말들을 토해냈다”고 했다.

“핵무기는 겁 안 내는데 독감은 겁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메르스가 ‘중동 낙타 독감’인데 이것 때문에 난리다” “마산 이쪽에는 죽은 사람이 없는데도 난리다. 그런데 원자폭탄은 아무도 겁을 안내 희한하다” “미국 소고기 먹고 광우병 걸리고 배탈난 사람 손들어봐라, 없잖아. 대한민국 사람 웃겨”

지난 12일 경남 창원 마산대학교에서 열린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김문수 전 지사가 한 발언이다.

이 논설위원은 “지도자로서 메르스 공포를 느끼는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다독거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특기대로 공포감에 사로잡힌 시민을 조롱거리로 삼았다”며 “지도자의 품격과 도덕성을 다시 의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 서강대 특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분 동문 아니냐. 박정희 딸이라고 동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1년 6월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참석해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 박근혜 대통령
지난 1일 메르스 의심 환자가 처음으로 사망한 날.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야당 공세에 집중했다. 3일 새누리당이 메르스 사태가 심각하다며 당정청 협의를 하자고 했으나 박 대통령은 거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튿날인 5일에는 “혼란을 부추긴다”며 박 시장을 직접 공격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이 돼서야 처음으로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 주재했다. 확진 환자 발생 2주일 만이었다. 박 대통령은 자신과 정부의 잘못에 대해 박 시장처럼 사과를 한 바 없다. 김무성 대표처럼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 불안 심리를 달래주지도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메르스 환자 격리와 치료 시설이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격리병실 앞에서 의료진에게 진료 상황 등을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4~18일 미국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새누리당은 방미 ‘강행론’을 펼쳤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예정대로 미국을 방문해야 한다는 건의가 대세였다고 이대근 논설위원은 전했다. 이 논설위원은 “새정치연합이 방미를 반대했지만 그리 강력한 것이 아니었고 박 대통령이 평소 야당 의견을 경청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별 변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박 대통령은 방미를 전격 연기했다. 이 논설위원은 “스스로 컨트롤 타워를 맡으려 하지 않던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면서도 “사실 박 대통령이 방미를 하나, 안하나 메르스 상황이 달라질 것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미 포기로 얻을 수 있는 실제 효과는 메르스 사태의 진정이 아니라, 메르스 대응 실패에 따른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의 진정”이라고 말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방미를 막는 세력이 없었는데도 방미를 포기할 정도였으면 박 대통령은 포기라는 결단에 값하는, 오직 메르스 사태 진정에 전력투구해야 했다”며 “그러나 이상하게도 서울에 남아서도 별로 하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보수언론까지 나서 박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자 결국 떠밀리다시피 지난 12일 경기 메르스 종합관리대책 본부를 방문했다. 14일에는 동대문 패션 상가, 서울대병원 메르스 격리병동을 방문했다.

이 논설위원은 “이럴 거면 왜 미국에 안갔는지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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