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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죽인 홍준표 vs. 경남은 메르스 대혼란..
사회

진주의료원 죽인 홍준표 vs. 경남은 메르스 대혼란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6/17 22:36
"중동 환자 유치? 지금 필요한 건 공공 의료 강화"

2009년 8월 말, 진주의료원과 경상대학교병원은 신종 플루(신종 인플루엔자 A) 거점 공공 병원으로 지정됐다. 진주 지역에 있는 민간 종합병원들은 열나는 환자가 신종 플루 검사를 의뢰할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보건소, 공공 의료원인 진주의료원이나 국립대 병원인 경상대병원으로 가라는 것.

당시 진주의료원에서 일했던 간호사 ㄱ씨는 "하루에 신종 플루 의심 환자를 100~200명 정도는 봤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환자들이 너무 몰려오니 의료진들은 정시 퇴근을 할 수 없었다. 진주의료원은 6층 병동을 비워서 '신종 플루 격리 병동'으로 활용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를 공포한 지 2년 가까이 지난 3일, 경남 사천시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가 생겼다. 이 환자는 양산 부산대학교병원까지 가서 메르스 검사를 받아야 했다. "진주의료원이 있었다면 사천 환자가 부산까지 갔을까요?" ㄱ씨는 반문했다.

메르스 환자, 공공 병원에서 생겼다면?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감염병처럼 '돈 안 되는' 질병에 공공 병원이 필요한 이유를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데는 '슈퍼 감염 병원'이 된 삼성서울병원이 민간 병원인 것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공공 병원은 국가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쉽게 관리할 수 있지만, 민간 병원은 상대적으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 유 위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이 초기에 메르스 정보에 대해 비공개를 유지하려 했던 것은, 환자가 떨어질까 봐 그런 게 아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거점 병원'을 지정했다. 여기에는 전국의 공공 병원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일부 민간 병원도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재정적 지원이 전제 조건이다.


▲ 지난해 10월 20일 간판이 제거된 진주의료원 건물. 경남도가 울타리를 쳐서 건물 출입은 불가능하다. 경남도는 폐원한 진주의료원 건물을 경남도 서부청사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장비 부족, 허술 대응…메르스 진료 현장 아우성"
 
공공 병원의 중요성은 부각됐지만, 정작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감염병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1인 격리실을 포함한 시설이 부족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투자를 꺼린 탓이다. 정부가 지정한 '메르스 중앙 거점 의료 기관(메르스 전담 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만 해도, 현장에서 시설이 허술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있던 음압 병상(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기압을 낮게 유지하는 병상)은 18개에 불과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부랴부랴 음압기 23대를 새로 들이고, 문과 벽을 개조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중증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에크모 두 대와 환자 전용 소독기, 엑스레이 등 장비도 부랴부랴 구입했다.

국립대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정희 의료연대 서울대학교병원 분회장은 "일반적인 6만 원짜리 방역복은 밀폐되기 때문에 산소 부족으로 30분 이상 못 버틴다"면서 "방역복 안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특수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2일 보도 자료를 내어 "음압 시설 자체가 허술하고 보호 장구도 충분하지 않다"면서 "질병관리본부가 고무줄이 끊어지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마스크를 제공해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국가가 평상시에 공공 병원에 투자를 안 하니, 비상 상황이 터졌을 때 우왕좌왕하게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방 의료원 상황은 더 열악하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한 전국 21개 지방 의료원 실태 조사를 보면, 음압 격리 병상이 있는 곳은 14곳(67%)에 그쳤다. 메르스 확진 환자를 입원 치료할 수 있는 곳은 6곳(29%)에 불과했다.

의료 인력도 부족해서 메르스 진료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현정희 의료연대 서울대 병원 분회장은 "서울의료원의 경우, 메르스 병동에 투입한 간호사들은 12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다"면서 "그마저 인력이 부족하니 다른 병동에서 간호사를 빼다가 메르스 병동에 투입하고 있다. 전형적인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과 의료의 질은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중동 환자 유치? 지금 필요한 건 의료 공공성 확보"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 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 공공 병원은 병상 수를 기준으로 1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7%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꼴찌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중동 환자 유입을 위한 의료 관광이 아니라, 국가적 감염병 대책을 위한 공공 병원 확충과 의료 공공성 확보"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공공 병원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민간 병원의 공공성을 높이는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메르스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 발생할 수 있는 재난적 감염 질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 의료 수출 등을 위해 지난 3월 중동에 간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현정희 분회장은 "국가가 존립해야 하는 1차 목적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인데, 국가는 공공 의료에 돈을 우선순위로 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공공 병원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 인력들은 "정부가 공공 기관 정상화, 경영 평가 등을 언급하면서 수익을 내라고 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결책은 없을까. 유지현 위원장은 "정부가 우선 현재 있는 공공 병원을 강화하고 평상시에 인력과 시설을 투입해야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면서 "이후에 공공 병원을 더 짓고,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민간 병원도 제대로 공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제까지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건가?"
 
재난적 상황에 특화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정희 분회장은 "희귀 감염병이 확인됐을 때 공공 병원으로 보내는 매뉴얼이나 시스템이 있었다면,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적 전염병이 터질 때마다 언제까지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이런 일이 터지면 어떤 인력과 장비, 시설이 필요한지 계량해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분회장은 "국립대병원은 교육, 연구, 진료를 하라고 만들었는데, 지금도 감염과 관련된 교육이나 연구는 특화가 안 됐다. 공공 기관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자원을 지원하고, 공공 병원끼리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현 위원장도 "지금은 메르스 환자 150여 명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이 전체 공공 병원을 통제했다면, 가벼운 중환자는 2차 공공 병원에 보내고 심각한 중환자는 큰 병원에 보내는 등 환자 상태에 맞게 적절하게 병원을 배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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