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 미국과 북한이 공식적인 양자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은 문 대통령이 '여건 조성'을 언급하며 조건부 수락을 했지만 오랜만에 마련된 대화 기회에 대한 국내외의 기대는 큰 분위기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다고 확인되는 시점이 오면 대북 관련 다음 단계를 동맹국들과 협의하겠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만약 올해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 2007년 10월 이후 11년 만의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이자 분단 이래 역대 세번째 정상회담이 된다.
■ 시기는 언제, 3차 정상회담은
3차 정상회담이 이전과 다른 또 하나는 상대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점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집권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7차에 접어들었지만 정상회담을 한 적이 없다. 그만큼 그에 대해 알려진 것도 많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라트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북 강경론자인 펜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대의 압박 작전은 지속될 것이며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혀 변화된 태도를 보였다.
그간 핵무력 완성에만 매달리던 김 위원장은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돌연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의 '평화공세'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나아가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지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아마도 그 논의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예비 대화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문제를 놓고 내부 조율 중인 걸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나 압박은 풀지 않는 대신 북한과 대화 가능성 자체는 타진해볼 만한 것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를 찾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으며, 편하신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자는 공식 초청이었다. 하지만 여동생을 특사로 내려보내는가 하면, 귀환한 특사의 보고와 후속 조치에 대해 세세히 언론에 공개하는 등 선대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정상회담 때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정권 출범 중후반에야 성사됐던 지난 1, 2차 정상회담과 달리 3차는 정권 초반 개최 가능성이 높아 이같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미국 동의, 필수 조건?,. 1·2차 정상회담, 신뢰구축에 방점
북한과 대화 여부와 관련해 미 국무부가 관련 입장을 밝혔다. 2000년 6월 평양에서 개최된 첫 남북정상회담은 개최 사실 자체만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분단 이래 남북 최고지도자가 처음 만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높았다.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신뢰 있는 대화 의지를 보여야 하며 그런 시기가 오면 대북 관련 다음 단계를 동맹국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나온 6·15 공동선언은 남북간 냉정과 대결을 청산하고 교류와 협력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상회담 뒤 남북간 이산가족 상봉과 각종 사회문화교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 사업이 물꼬를 텄다.
북미 간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만 가능하며 최대한의 대북 압박 캠페인을 지금처럼 유지하기로 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과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은 보도했다. 당시만 해도 북한의 핵개발은 의혹 수준이었다. 또 정상회담에 앞서 1999년 윌리엄 페리 당시 미국 대북정책 조정관의 포괄적 대북 정책인 '페리 프로세스' 제안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을 이끌어내면서 북미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남북 정상회담 추진도 나름 순조로웠다.
한반도 정세에 분수령이 될 북미 간의 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탄도 미사일 등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대처는 계속되고 있다.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도 북미가 해빙 분위기로 막 접어든 시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에 북한이 1차 핵실험으로 맞서며 극단으로 치닫던 북미 관계는 2007년 2월 6자회담 국가들이 대북 중유 지원과 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을 골자로 한 '2·13'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풀렸다. 이는 또한 2차 남북 정상회담의 발판이 됐다.
미 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이전과는 달리 미 해병대와 공군, 그리고 일 항공자위대 등도 참여시켜 대규모 가상훈련을 실시 중이다. 이때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로 접어든 단계여서 국내외의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었지만 2차 정상회담도 북핵보다는 남북 교류·협력 확대,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등 남북간 신뢰 구축에 더 무게가 실렸다. 북핵 문제 관련해서는 6자 회담이라는 국제공조 틀이 가동되고 있었던 탓도 있다.
■ 열쇠 쥔 미국은 어디로?,. 3차 정상회담 성패는 北핵
특히 미국은 북한 탄도 미사일에 대비해 하와이에 최신 레이더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1, 2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수준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틀은 없고 고강도 대북 제재와 압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군사옵션까지 거론하며 대북 압박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미 하원에서 태평양 쪽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해 최신 레이더 시스템을 하와이에 배치해 2023년부터 운용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3차 정상회담이 열리면 정부는 1, 2차 때와 달리 비핵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공산이 크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금 국내외 관심은 남북교류나 내부 문제가 아니라 북핵에 집중돼 있다"며 "북핵 문제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상회담은 오히려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 선언이 나왔던 6.15나 10.4가 언급되는가 하면 미 CNN방송은 8.15를 거론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금은 시기를 말할 때가 아니라며 여건 조성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미국도 내부 논의를 거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만 "여건 충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너무 늦어지면 대화의 동력 자체가 끊어질 수 있다"면서 연내 개최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다.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해결책은 추가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미국도 고려해볼 만한 긍정적인 대화 시그널 될 것으로 얘기된다. 또 한미 연합군사훈련 전략자산 전개 중단이나 최소화로 이어진다면 북미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