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바이러스는 2012년 첫 출현 이후 중동 지역, 특히 ‘열사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전역에서 위세를 떨쳤다. 지난 3년간 사우디에선 103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성지순례 기간인 하지(hajj)를 제외하곤 한 달에 9명꼴로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첫 확진이 확인된 지 한 달 만에 확진자 수가 165명을 기록해 확산 속도가 사우디보다 빠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우디 여성들의 니캅(niqab) 착용 등 문화적 차이가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들이 마스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니캅을 착용하고 있어서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 확진자 비율을 놓고 보면 한국이 사우디보다 조금 높다. 18일 현재 국내 확진자 165명 중 남녀 비율은 60.6% 대 39.4%다. 사우디의 메르스 확진자 남녀 비율은 64.5% 대 35.5%로 확산 초기엔 남성 확진자가 여성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메르스 전문가인 영국 런던 메디컬스쿨 알리무딘 줌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성별을 가리진 않는다”며 “입과 코를 가리는 것이 사우디 여성의 감염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니캅의 효과가 좀 더 뚜렷해진다. 지난해 세계 의학저널에 발표된 논문 ‘사우디 메르스 패턴’에 따르면 2013년 6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메르스로 인한 사우디 남성 확진자는 사망률이 52%였으나 여성은 23%에 그쳤다. 국내 사망률은 남녀 각각 16%, 10%로 큰 차이가 없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라이나 매킨타이어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 ‘메르스 역학조사에서의 모순점’에서 “사우디에서 여성 환자가 적은 건 니캅이 평소 입과 코를 가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병율(전 질병관리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니캅의 역할에 대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마스크가 메르스 같은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