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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과받는 대통령’ 아닌, ‘사과하는 대통령’을 원..
사회

[사설]‘사과받는 대통령’ 아닌, ‘사과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6/19 10:17
‘사과받는 대통령’ 아닌, ‘사과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그제 충북 오송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송 원장을 만나 “메르스 확산이 꺾이려면 전체 환자의 반이 나오는 삼성서울병원이 어떻게 안정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종식으로 들어가도록 책임지고 해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송 원장은 “대통령님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 너무 죄송하다”며 허리를 거의 90도로 굽혔다.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은 대통령이 병원 측 사과를 받은 것이다. ‘유체이탈’이란 비유조차 진부하다.

메르스 대란에 책임 있는 두 당사자를 꼽는다면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경중을 따지면 정부 측 과실이 더 무겁다. 삼성서울병원의 오만 뒤편에 정부의 책임 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 수장에게 사과받음으로써 책임 방기를 넘어 책임 회피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24시간 방역 관리에 집중해야 할 민간병원장을, 서울도 아닌 오송까지 불러 질책하는 장면을 ‘기획’한 의도를 누가 모르겠는가. “국가가 아니라 삼성서울병원이 뚫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왕조시대 ‘군왕은 무치(無恥·부끄러움이 없음)’라고 했다. 대통령은 그 21세기 버전인 ‘무오류 대통령’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과받는 대통령’의 모습은 기시감(旣視感)을 불러일으킨다. 2013년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터졌을 때, 이남기 홍보수석은 “대통령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통령이” 사과할 일이지 왜 “대통령께” 사과하느냐는 비판이 거셌다.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에도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대통령이 나섰다. 하지만 그 사과조차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 모든 공직자들이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로 마무리됐다. 책임은 수석에게 미루고, 기강은 공직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란 취지였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때도 ‘유병언 책임론’을 수차례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윤창중 파문과 세월호 참사 때 그러했듯이 메르스 사태에서도 희생양을 찾는 모양이다. 책임자에서 벗어나 심판자가 되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국민이 쉽게 속아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는 ‘사과하는 대통령’이지 ‘사과받는 대통령’이 아니다.

사과받는 대통령’ 아닌, ‘사과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그제 충북 오송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송 원장을 만나 “메르스 확산이 꺾이려면 전체 환자의 반이 나오는 삼성서울병원이 어떻게 안정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종식으로 들어가도록 책임지고 해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송 원장은 “대통령님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 너무 죄송하다”며 허리를 거의 90도로 굽혔다.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은 대통령이 병원 측 사과를 받은 것이다. ‘유체이탈’이란 비유조차 진부하다.

메르스 대란에 책임 있는 두 당사자를 꼽는다면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경중을 따지면 정부 측 과실이 더 무겁다. 삼성서울병원의 오만 뒤편에 정부의 책임 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 수장에게 사과받음으로써 책임 방기를 넘어 책임 회피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24시간 방역 관리에 집중해야 할 민간병원장을, 서울도 아닌 오송까지 불러 질책하는 장면을 ‘기획’한 의도를 누가 모르겠는가. “국가가 아니라 삼성서울병원이 뚫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왕조시대 ‘군왕은 무치(無恥·부끄러움이 없음)’라고 했다. 대통령은 그 21세기 버전인 ‘무오류 대통령’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과받는 대통령’의 모습은 기시감(旣視感)을 불러일으킨다. 2013년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터졌을 때, 이남기 홍보수석은 “대통령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통령이” 사과할 일이지 왜 “대통령께” 사과하느냐는 비판이 거셌다.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에도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대통령이 나섰다. 하지만 그 사과조차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 모든 공직자들이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로 마무리됐다. 책임은 수석에게 미루고, 기강은 공직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란 취지였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때도 ‘유병언 책임론’을 수차례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윤창중 파문과 세월호 참사 때 그러했듯이 메르스 사태에서도 희생양을 찾는 모양이다. 책임자에서 벗어나 심판자가 되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국민이 쉽게 속아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는 ‘사과하는 대통령’이지 ‘사과받는 대통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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