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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북미대화 여부 놓고 미국과 북한 치열한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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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북미대화 여부 놓고 미국과 북한 치열한 기싸움

김현태 기자 입력 2018/02/20 05:22 수정 2018.02.22 00:08

[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訪南)한 지 열흘이 다 되어가도록 한미 정상 간에는 아직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대화 여부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북 정책기조를 놓고 양국 정상이 누차 '긴밀한 공조'를 다짐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초청 카드가 나온 상황인지라, 단기적으로나마 양국 정상간에 '직접 소통'이 부재한 현 상황은 외교가에 다양한 관측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수화기를 들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번 정상간 통화가 갖는 무게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3차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5년임기 중 3년차에 성사된 2000년 1차회담과 비슷하다. 임기내내 정책적 노력이 이어진다면 성과도 볼 전망이다. 2007년 2차 회담은 정권말, 12월 대선이 임박한 10월에야 성사됐고 그나마 정권이 바뀌어 후속조치 이행이 막혔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조급증을 경계하고 나섰다. 연합뉴스보도에 의하면,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양자현안을 협의하는 통상적인 차원을 넘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틀을 새롭게 규정하는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한다면 방남결과에 대한 서로의 평가를 공유하면서 북미대화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공'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향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북미관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전반이 커다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북미대화를 '여건 조성'의 핵으로 삼아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모색 중인 문 대통령에 있어 한미 정상간 통화는 첫 고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상간 통화 자체보다는 그 결과를 공개하면서 내놓을 '메시지'를 어떻게 조율해내느냐가 더욱 긴요해진 국면이 된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와 백악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핫라인'을 중심으로 정상간 통화에 앞선 사전정지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측으로서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상황 관리, 그리고 북핵 해결의 외교적 '입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에 전향적으로 응할 것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는 국제사회의 여론 흐름도 '우군'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북미간에 의미있는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평창 메인 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북대화가 북미대화에 선행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미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의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미간의 '공동보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느린 구조를 가진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최대한의 압박'에 중점을 둔 대북 정책기조의 수정 여부를 결정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분위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 정보기관 등에 포진한 한반도 정책라인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방향 선회를 모색하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과 한미간의 조율이 일단락되면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브레인인 정 실장이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가 백악관 측과 직접 협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정 실장이 공개적으로 방미한다면 이는 양측간이 내놓을 '메시지'에 대한 실무적 조율이 마무리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주말로 예상되는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한에 앞서 금주 중으로 양국 정상간 통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힘들어 보인다. 만일 이방카 고문이 올 때까지 정상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국간 조율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우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북미관계에 있어 일정한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한반도 상황이 전쟁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 '외교적 성과'를 올리는 데 유혹을 느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와 관련,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미국도 대화라는 밥그릇을 걷어차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다만 미국이 우리측의 입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북미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 그칠 공산이 많다. 대북압박의 메시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미국 고위급 대표단장 자격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뒤 귀국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주말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을 경우 다시 고강도의 압박으로 돌아서기 위한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된다. 어찌 됐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전향적 자세로 돌아서고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북미대화에 응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우리 정부의 '중재외교'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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