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돼 국가지정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오다 완치돼 20일 퇴원한 55번 환자 이모 씨(35)는 21일 삼성서울병원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년 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이 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26일 오후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경기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이 씨 아버지는 28일 오후 7시 40분 응급실(집중치료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30일 오전에 발인을 마쳤는데, 삼성서울병원은 다음 날 오후 4시쯤 고인의 휴대전화로 메르스에 유의하라는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씨는 “아버지 휴대전화에 삼성서울병원 전화번호가 찍혀 있어 알아보니, 고인에게 메르스에 유의하라는 전화를 한 것으로 파악돼 황당했다”며 “정작 메르스에 걸린 나와 어머니(63·139번 환자)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삼성서울병원의 부실 대응은 이뿐이 아니었다. 이 씨는 “아버지는 응급실 11번 침대를 사용했고 14번 환자는 15번 침대를 쓰고 있었다. 14번 환자가 워낙 덩치가 큰 거구여서 그의 존재를 기억하는데 슈퍼 전파자란 사실은 격리 치료를 받으면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이 씨 아버지가 긴급 이송된 지난달 26일 저녁까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경기 평택에서 메르스가 발병해 전국이 들썩였는데 26일 저녁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했다. 일을 보고 27일 병원을 찾았을 때야 비로소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이 씨의 부친을 병문안했던 이 씨의 외삼촌(61·81번 환자)은 부산의 첫 메르스 확진환자로 치료를 받다가 14일 세상을 떠났다. 이 씨 외삼촌은 부산에서 외항선 기관장으로 평생 일했을 정도로 건강했다고 한다.
이 씨는 “어머니와 내가 격리 치료를 받는 탓에 외삼촌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 가족은 이 씨와 남동생, 어머니 등이 모두 격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이 씨 아버지의 임종을 10분가량 지켜봤던 이모부(58)와 이모(56)도 메르스에 감염돼 아직까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친척을 잃고 온 가족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이 씨는 삼성서울병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저희 가족은 물론이고 수백 명의 응급실 환자와 그 보호자를 메르스에 방치했다고 생각해요. 외삼촌을 메르스로 먼저 보낸 어머니는 ‘평생 병원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고 하세요.” 한편 경기 부천시는 21일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이 씨와 그의 어머니를 축하하는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이 자리에서 “완치돼 기쁘다. 부천시의 전 보건소 직원들이 나서 이 씨의 이동 경로를 즉시 공개하고 접촉자 명단을 보건당국에 알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추가 환자 발생을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