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사망한 아버지 휴대전화로 '메르스 조심' 알려준 황당한 삼..
사회

사망한 아버지 휴대전화로 '메르스 조심' 알려준 황당한 삼성서울병원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6/22 07:53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죠. 그런데 그 병원은 발인이 끝난 다음 날 고인이 된 아버지 휴대전화로 ‘메르스 조심하라’는 전화를 걸었더라고요.”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돼 국가지정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오다 완치돼 20일 퇴원한 55번 환자 이모 씨(35)는 21일 삼성서울병원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년 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이 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26일 오후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경기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이 씨 아버지는 28일 오후 7시 40분 응급실(집중치료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30일 오전에 발인을 마쳤는데, 삼성서울병원은 다음 날 오후 4시쯤 고인의 휴대전화로 메르스에 유의하라는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씨는 “아버지 휴대전화에 삼성서울병원 전화번호가 찍혀 있어 알아보니, 고인에게 메르스에 유의하라는 전화를 한 것으로 파악돼 황당했다”며 “정작 메르스에 걸린 나와 어머니(63·139번 환자)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삼성서울병원의 부실 대응은 이뿐이 아니었다. 이 씨는 “아버지는 응급실 11번 침대를 사용했고 14번 환자는 15번 침대를 쓰고 있었다. 14번 환자가 워낙 덩치가 큰 거구여서 그의 존재를 기억하는데 슈퍼 전파자란 사실은 격리 치료를 받으면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이 씨 아버지가 긴급 이송된 지난달 26일 저녁까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경기 평택에서 메르스가 발병해 전국이 들썩였는데 26일 저녁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했다. 일을 보고 27일 병원을 찾았을 때야 비로소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이 씨의 부친을 병문안했던 이 씨의 외삼촌(61·81번 환자)은 부산의 첫 메르스 확진환자로 치료를 받다가 14일 세상을 떠났다. 이 씨 외삼촌은 부산에서 외항선 기관장으로 평생 일했을 정도로 건강했다고 한다.

이 씨는 “어머니와 내가 격리 치료를 받는 탓에 외삼촌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 가족은 이 씨와 남동생, 어머니 등이 모두 격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이 씨 아버지의 임종을 10분가량 지켜봤던 이모부(58)와 이모(56)도 메르스에 감염돼 아직까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친척을 잃고 온 가족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이 씨는 삼성서울병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저희 가족은 물론이고 수백 명의 응급실 환자와 그 보호자를 메르스에 방치했다고 생각해요. 외삼촌을 메르스로 먼저 보낸 어머니는 ‘평생 병원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고 하세요.” 한편 경기 부천시는 21일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이 씨와 그의 어머니를 축하하는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이 자리에서 “완치돼 기쁘다. 부천시의 전 보건소 직원들이 나서 이 씨의 이동 경로를 즉시 공개하고 접촉자 명단을 보건당국에 알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추가 환자 발생을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