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참여정부 때 만든 2600개 매뉴얼, MB 때 각 부처로 뿔뿔이 흩어놔
ㆍ세월호 이어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또다른 재난 와도 악순환 우려
박근혜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와 관련해 청와대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기능 포기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에서 청와대 기능을 없애고, 매뉴얼을 각 부처로 흩어놓으면서 세월호 참사에 이어 잇달아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에 위기관리센터를 만들어 자연·인적 재난을 포함한 33개 국가위기별 표준매뉴얼을 만들고, 276개의 실무매뉴얼과 2800여개의 행동매뉴얼을 만들어 전통적 안보와 재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임했다.
하지만 21일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 등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NSC 사무처를 폐지하고, 2008년 5월 청와대가 통합관리하던 재난 관련 매뉴얼 2622개를 부처별로 이관했다. 재난에 대한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없애고, 매뉴얼 정비와 대응은 각 부처에 맡겨버린 것이다.
이는 위기관리 통할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도 세월호 참사 후인 2014년 4월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더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대응에서도 청와대는 총리실이 컨트롤타워라고 주장했지만 최경환 총리 대행은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하던 지난 2~6일 해외 출장을 가는 모순을 연출했다.
총괄하는 곳이 없으니 부처는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매뉴얼에 따르면 메르스 대응은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대책본부가 되고 그 위로 복지부 장관이 수장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리가 수장인 재난대책본부가 차례로 꾸려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 대응을 위한 ‘골든 타임’에 사고수습본부는 차리지도 않고 질병관리본부 산하 대책본부에서 책임자만 질병관리본부장, 복지부 차·장관으로 바꾸며 우왕좌왕했다.
매뉴얼 ‘업데이트’에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이종구 서울대글로벌의학센터장은 감염병 매뉴얼상 ‘지역사회감염’이 아니라는 이유로 초기에 추적관리 등 범정부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메르스 대응의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안전학회 부회장인 박두용 한성대 교수는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가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난 3일 박 대통령 지시사항이 나오면서부터고, 컨트롤타워가 총리라고 하지만 청와대 뒷받침 없이는 전 부처를 통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청와대가 위기관리 전면에 나서고 대통령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관리가 이뤄지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