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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대국하류..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대국하류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2/21 18:39 수정 2018.02.22 00:13
▲ 김덕권 칼럼니스트

대국하류(大國下流)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자(老子)《도덕경(道德經)》61장에 나오는 말로 원문은 이렇습니다.「大國者下流 天下之交 天下之牝 牝常以靜勝牡 以靜爲下 故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小國以下大國 則取大國 故或下以取 或下而取 大國不過欲兼畜人 小國不過欲入事人 夫兩者各得其所欲 大者宜爲下」

「큰 나라는 강의 하류이니 천하가 모이는 곳이며 천하의 여인이다. 여자는 항상 고요하여 조급한 남자를 이기며, 고요하여 스스로 아래에 있다. 그러므로 큰 나라는 작은 나라의 아래에 있어 작은 나라를 취하고, 작은 나라는 큰 나라의 아래에 있어 큰 나라에 포용된다. 어떤 경우는 아래에 있어 취하고, 어떤 경우는 아래에 있어 포용된다.

큰 나라가 오로지 원하는 것은 끌어안아 사람을 기르는 것이며, 작은 나라가 오로지 원하는 것은 들어가 사람을 섬기는 것이다.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아래에 있어 원하는 것을 얻은 것이니, 큰 나라가 마땅히 아래에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큰 나라는 모든 물줄기가 흘러들어오는 낮은 땅과 같다. 하늘 아래 만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이고, 세상의 여인이다. 여성이 언제나 남성을 이기는 것은 고요함으로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큰 나라가 작은 나라 앞에 스스로를 낮추면 우정과 신뢰를 얻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 앞에 스스로를 낮추면 큰 나라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 자신을 굽혀 이기기도 하고 낮은 곳에 머물러 남을 얻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노자의《도덕경》에서는 우리가 늘 꿈꾸는 상류(上流)는 인간의 허황된 욕심이 빚어낸 신기루(蜃氣樓)와 같은 것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아래로 흐르는 하류(下流)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지요. 이와 같이 우리는 위로 흐르는 물, 상류가 되기보다는 아래로 흐르는 물, 하류가 되어야 합니다.

어깨를 으스대는 남성성보다는 낮춤의 여성성(女性性)이 더 위대한 삶이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군림하려고만 들고,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데 습관이 되어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화두가 아닐까요?

내가 남보다 위에 있으려 한다면 반드시 상대방보다 낮추어야 합니다. 상대방보다 먼저 있으려 하면 반드시 몸은 뒤에 있어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위에 있어도 사람들이 버거워하지 않고, 앞에 있어도 사람들이 해롭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그를 앞세우고도 싫어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평창올림픽 개회식 전의 접견 장에서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일본의 아베 수상이 보여준 행태는 우리에게 매우 불쾌하고 기분 나쁜 외교적 결례를 보여 주었습니다.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과 일본의 두 지도자는 정각 오후 6시에 시작해야 하는 리셉션을 자그마치 10여분을 지체시켰고,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을 현관 밖에까지 나가서 시계를 보며 기다리게 하는 있을 수 없는 결례를 저지른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진정 세계 평화를 위한다면 남북화해를 먼저 시켜야 할 것 아닌가요? 미국과 일본이 세계평화를 바란다고 입으로만 할 것이 아닙니다. 남북이 대화를 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물론 펜스와 아베가 이렇게 나오는 것도 우리를 돕기 위해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예의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요? 펜스와 아베와 지각을 하고 펜스가 만찬장을 먼저 떠난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정상을 차지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승자가 되라.’ ‘승자를 존경하라.’ ‘돋보이는 사람이 되라.’ ‘최고가 되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난 체하며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존경받을 가치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그 예가 지금 영어(囹圄)의 몸이 된 박근혜이고, 사면초가에 둘러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일 것입니다.

바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습니다. 그 힘은 다른 물줄기보다 낮은 곳에 머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모든 강물이 바다와 하나가 되고자 흘러듭니다. 그래서 바다는 온 세상이 모여든 저수지가 되는 것입니다. 노자는 이 대국하류를 ‘위대한 어머니’ 또는 ‘세상의 여인’이라고 부릅니다.

노자는 이 장에서 사람들을 이끌 때 낮은 곳에 머무름으로써 얻는 유익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모두 넓은 바다와 같아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도 크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국한(局限)을 터야 합니다. 그런 사람은 대소유무(大小有無)의 이치에 따라 인간의 시비이해(是非利害)를 건설하며, 원근친소와 자타의 국한을 벗어난 사람입니다.

마음이 허공 같이 비고 보면 윤회의 승강(昇降)을 벗어나는 법입니다. 이 빈 마음을 근본하면 항상 진급이 됩니다. 이 빈 마음을 바탕 하여 상(相)을 떠나면 항상 은혜를 입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언제든지 은혜 입었다는 상이나 해(害) 입었다는 상을 없애고 항상 자신의 덕(德) 모자람을 살피는 것입니다.

대국하류의 큰 강이 되려는 나라나 사람은 마음이 허공이 되어야 합니다. 허공은 텅 비었으므로 일체만물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대인이 되려면 그 마음이 허공 같이 되지 않은 사람은 불가능 합니다. 자신을 다스리되 빈 마음으로 하고, 가정을 다스리되 빈 마음으로 하며, 나라를 다스리되 빈 마음으로 하고, 모든 동지와 동포를 대할 때에도 또한 빈 마음으로 하여, 매사에 상이 없고 원근(遠近)이 없으며 증애(憎愛)가 끊어지면 그 사람이 불보살인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마침내 덕 있는 이를 따릅니다. 그리고 하늘의 뜻은 마침내 사(邪, 私)없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나라나 개인이나 천명(天命)을 얻으려면 강압이나 오만 보다는 덕을 기르고 사를 없애기에 노력하여 대국하류의 진리를 실행하면 천명은 자연히 돌아오는 것이 아닐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2월 2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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