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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
기획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86회

한애자 기자 haj2010@hanmail.net 입력 2018/02/23 21:49 수정 2018.02.23 23:26

신기루

송문학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더니 두 손을 은기자의 어깨에 올려놓고 정면을 응시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난 하늘이 허락지 않은 것에 범할 용기가 없구려. 하늘은 언제나 나에게 성실했으니까!”

“……….”

“자, 그럼 잘 자시오. 내일 아침 우리는 부끄럽지 않게 떳떳한 모습으로 뵙게 될 것이오!”

그는 은기자의 손을 꽉 붙잡았다.

“선생님 저를 사랑하시는 거죠!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 맞지요?”

송문학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사랑한 건 사실이지 않은가? 은 기자는 안심했다. 자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에 모든 원망과 섭섭함이 이슬처럼 사라졌다. 송 박사는 은 기자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있으리라 믿으면서도 한쪽에선 여전히 좀 섭섭하기도 했다.

“선생님, 그럼 저를 한 번만 안아 주세요!”

송 박사는 그녀를 깊이 포옹했다.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선생님 그럼….”

‘아이, 이 고리타분한 사람아. 로맨틱한 남녀의 사랑이 왜 죄가 되나. 자네처럼 그렇게 원리원칙만 고집하면 삶이 무료하고 재미가 없잖은가. 한번쯤 마음껏 사랑을 해보는 것도 멋있는 사나이지. 뭘 그렇게 벌벌 떠는가!’

마음 한쪽에서는 섭섭한 듯 계속 자신에게 속삭였다. 은 기자가 돌아가자 그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를 품고 섹스하는 장면을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범했던가. 그런데 막상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자신은 그것을 넘어설 수 없었다. 자신은 세상 남자와는 다른 어떤 구별된 선상에 놓여 있음을 자각했다. 송문학은 깨달았다. 바로 많은 남녀들이 이 순간을 정욕의 속삭임에 넘어갔다고. 일단 정욕에게 넘어간 순간 이제 부부관계는 멀어지고 가정은 파괴되고 청소년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송문학은 무조건 불륜에 빠진 남녀를 책망하여 죄인 다루듯 했던 자신이 얼마나 가볍고 유치한 수준이었나 자각했다. 그리고 연민을 느끼고 보다 더 깊이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경직된 모범답안식의 자신의 외침이 허공에 대고 외쳐대듯 힘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창밖 저편, 밤하늘의 별들이 그를 위로하듯 반짝이고 있었다.

‘내 어찌 하늘에 득죄 하리요!’

미련하고 애처로울 정도로 순진하여 자신을 유혹하는 음녀를 뿌리쳤던 고대 희랍의 요셉이라는 청년! 그가 참 대단한 인물이었다. 아니 지금 저 하늘에서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듯, 그는 어떤 숭앙된 기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마음에서는 은 기자를 불러들여 놓고 그녀를 외면한 이중인격자이며 파렴치한 죄인이라는 것을 결론지으며 괴로워했다. 고대의 요셉은 여인을 쳐다보지도 생각지도 않았다. 자신은 은 기자를 늘 생각하고 상상 속에 그녀를 범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순간이 오기를 얼마나 음란스럽게 기다리고 갈망했던가!

송문학은 자신이 한심스럽고도 어이없었다. 비열한 자신에 대해서 웃음이 나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위선적이고 파렴치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마음으로 얼마나 그녀를 농락했던가. 정신적인 간음은 용서받을 수 있단 말인가. 송문학은 자신이야말로〈천하의 몹쓸 바람둥이〉라고 탄식하며 고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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