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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다정한 말 한마디..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다정한 말 한마디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2/26 05:56 수정 2018.03.03 09:26
▲사진: 덕산 김덕권칼럼니스트, 원불교 전문인회장

다정한 말 한마디

세상을 살아오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정한 말 한마디일 것입니다. 오래전의 일입니다. 냉동식품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한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기 전, 늘 하던 대로 냉동 창고에 들어가 점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쾅!’ 하고 문이 저절로 닫혀 버렸습니다.

깜짝 놀란 그녀는 목이 터지도록 소리치며 도움을 청했지만, 문밖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무서운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그녀는 “내가 여기서 얼어 죽지 않을까?”생각하며 절망감에 울기 시작했습니다. 5시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척도 없었습니다. 여직원의 몸은 이미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어 있었습니다.

그 때, 냉동 창고 문틈으로 빛이 들어오면서 누군가 문을 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뜻밖에도 경비원 아저씨가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구조되고 난 후, 그녀는 경비원 아저씨에게 어떻게 자기가 거기에 있는 줄 알았냐고 물어봤습니다. 경비원 아저씨가 냉동 창고 문을 연 건 정말 뜻밖의 일이었으니까요.

경비원 아저씨는, 자기가 공장에 온 지 35년이 됐지만 그 여직원 말고는 누구도 다정하게 인사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또 퇴근해서 집에 돌아갈 때는 “수고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 날 퇴근 시간이 됐는데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경비원 아저씨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공장 안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냉동 창고까지 확인해 봤던 것입니다. 경비원 아저씨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대했지만, 당신은 매일 나에게 다정히 인사를 해주니 늘 당신이 기다려졌어요. 내가 그래도 사람대접을 받고 있구나 하고 느꼈거든요” 라고 말했습니다.

날마다 건넨 그 짧지만 다정한 말 한마디가, 여직원의 생명을 구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고,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말로 다친 상처가 칼에 벤 상처보다 더 깊고 오래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인생이 불행해지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인생이 행복해 진다고 합니다.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그 인생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말인 것입니다.

그러니 말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습니다.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멍들게 하기도 합니다. 인간 세상의 갖가지 싸움이 모두 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 하면 말처럼 무섭고 말처럼 소중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남의 말은 많이 듣고 자기 말하기는 거듭 생각하고 가다듬은 말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사람의입은 잘 못 쓰면 화의 근원이라는 뜻이고, 잘 쓰면 복의 문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이 ‘구시화복문’이라는 말은 송(宋)나라 태종이 이방에게 칙명을 내려 편찬된 ‘태평총류’에 나오는 구절이지요. “정신은 감정에 의해서 발현되며, 마음은 입을 통해서 발표된다. 복이 생기는 것은 그 징조가 있으며, 화가 생기는데도 그 단서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함부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지나치게 수다를 떨어서는 안 된다. 작은 일은 큰일의 시작이 되고, 큰 강도 작은 개미구멍으로 터지며, 큰 산도 작은 함몰로 기울어진다. 이처럼 작은 일이라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 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군자란 항상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래서 지도자에겐 과묵과 경청의 미덕이 절실한 것입니다. 탁월한 지도자는 말을 아끼는 대신 귀를 기울이고 질문을 많이 합니다. 누구를 이해하고 그와 더불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을 하는 것보다 두 배는 많이 듣고 상대와 더불어 소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보면 입만 열면 부정적인 말을 토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눈만 뜨면 누군가를 괴롭히고 상처를 주고 또 어떻게 하면 망하게 할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사람을 보면 참 안됐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좋은 세상 고운 말만 하고 살아도 다 못사는데 왜 저렇게 살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말이란 그 사람의 인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말은 나온다고 다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또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는 바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의 혀란 한번 움직일 때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할 만큼 걷잡을 수 없이 멀리 나갑니다. 마치 조그만 열쇠 하나로 그 엄청난 무게의 배나 전동차,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다 한번 뱉은 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며, 사업을 망하게도 흥하게도 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말, 사람을 죽이는 말, 욕설이 담긴 말,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자기 자신이 망하고, 가정이 망하고, 나라가 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정한 말 한마디가 사람도 살리는 법인데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런 말에 너무 인색한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개 표정들이 굳어있고, 노여움과 아픔, 괴로움과 서운함이 배어있는 것 같이 보이는 것입니다.

또 말은 조심해야 되지만 또 가식적으로 해서도 안 됩니다. 다정하고 진실한 말 한마디는 우리에게 어려울 때일수록 희망을 주고 용기와 힘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너도 살고 나도 살며, 모든 생령을 살리는 말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우리 늘 척(慽)없는 말을 하고, 넉넉한 말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 한마디에도 죄와 복이 왕래하는 것입니다. 이왕 하는 말 다정한 말 한마디를 잊으면 안 됩니다. 어찌 우리가 말 한 마디라도 함부로 할 수 있는 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2월 2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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