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 밝혀
김부겸 “혈전 될 것…피하지 않고 금도 안넘겠다”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24일 차기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이 선거구의 현역 의원은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지만, 이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 의원인 이한구 의원의 요청이 있었고 저 역시 정치인으로서, 저를 필요로 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수성 갑은 대구의 정치 1번지로 지역 발전과 정치 혁신에 대한 요구가 어느 곳보다 크다”며 “22년 전에 정치를 시작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의 경험, 지식, 인적, 물적 자산과 네트워크를 대구를 위해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또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곧바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수성 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다음에 대통령이 되면 대구시민들이 싫어할 일은 아닐 것으로 생각되는데 당선되면 지역 유권자들에게 (대선 출마 여부를)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경기지사 시절 수도권 규제완화에 앞장섰던 사람이 지방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는 물음에는 “경기지사 때는 경기지역을 위해 일하고 대구에서 당선되면 대구를 위해 일하는 것, 그것이 지방자치 아니냐”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 의원 사퇴로 공석이 된 수성 갑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 공모에 지원하는 한편 오는 8월 말까지 수성구 고산동으로 이사도 하기로 했다.
한편 수성 갑 지역 공천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가 될 조직위원장 공모에는 김 전지사를 비롯해 비례대표 강은희 국회의원, 정순천 대구시의회 부의장, 법무법인 반석의 임재화 대표 변호사, 이덕영 하양중앙내과 원장 등이 지원할 예정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10개월이나 남았지만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들의 공식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주의를 깨겠다며 대구에서 세번째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부겸 전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에게 새누리당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24일 발표문을 통해 “수성갑의 현역인 이한구 의원은 저에게 수성갑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저를 필요로 하고, 제가 일을 잘할 수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수성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미 지난 16일 동국대 경주캠퍼스 사회과학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차기 총선에 출마해 대구를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23일 임재화 법무법인 반석 대표변호사도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기 총선에서 수성갑 선거구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과거 인물로는 새롭고 참신한 정치를 할 수 없다. 수도권 사람인 양 행세하다가 고향의 대표가 되겠다고 한다”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겨냥했다.
지난 15일에는 정순천 대구시의회 부의장이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제대로 된 지역정치 실현을 위해 출마하기로 했다. 우리 지역을 볼모 삼아 중앙 정치무대로 복귀하려 한다는 우려가 많다”며 김 전 최고위원과 김 전 도지사를 함께 비판했다.
지난 12일에는 강은희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 수성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역구를 대권의 디딤돌로 삼을 국회의원이 아니라 진정한 대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김 전 최고위원과 김 전 도지사를 함께 겨냥했다.
25일에는 이덕영 하양중앙내과의원 원장이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성갑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그는 “수성구민들이 원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새누리당을 바꿀 젊은 패기와 용기가 있다. 대구와 수성구, 국가 발전을 위해 수성갑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12년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성갑 지역구에 출마해 현역인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52.77%)을 상대로 40.42%의 득표율을 올렸다. 지난해 6월엔 대구시장 선거에 나와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55.95%)를 상대로 40.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김 전 최고위원은 수성갑 지역에서는 권 시장보다 3683표를 더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
새누리당 김문수(64) 전 경기도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성갑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57) 전 의원이 지역주의 벽을 넘어보겠다며 세번째 대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곳이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김 전 의원은 경북고 56회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 전 지사는 경북고 51회다. 김 전 의원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김 전 지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둘 다 운동권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정치도 사람이 한다. 김 전 지사는 김 전 의원과 맺어온 인연에 대해 대구시민 앞에서 정리해야 한다. 김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 시절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이라는 확고한 지역관을 갖고 있었다. 김부겸은 독배를 마시러 왔는데, 김문수는 꽃가마만 타려 해서는 안 된다.’ 지난 12일 새누리당 주성영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주 전 의원은 경북고 57회다.
김 전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국회의원 3선을 하다가 2012년 총선에서 대구로 와 수성갑에 출마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선거에 나왔다. 모두 낙선했다. 그리고 세번째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김 전 지사가 갑자기 출마하겠다고 뛰어들었다. 후배를 상대로, 경기도지사 시절 ‘수도권 규제 완화’를 그렇게도 외쳐오던 김 전 지사가.
잠깐 학창시절을 보냈던 대구가 갑자기 그리워졌을 리는 없다. 대권을 위해 새누리당에 몰표가 나오는 대구·경북이라는 든든한 지역기반이 필요하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각각 부산과 대구라는 든든한 지역기반이 있다. 서울 동작을처럼 낙선할 가능성도 매우 적다. 김 전 지사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4일 출마 선언을 하고 이날 저녁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저의 소신은 자유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경기도지사 때는 경기도를 위해 일하고 대구에서 당선되면 대구를 위해 일하는 것이 지방자치 아니냐”고 했다. ‘수도권주의자’라는 비판에 대한 항변이다. 틀렸다. 대신 그는 대구시민에게 “지금까지 대구를 너무 떠나 있어서 수도권 중심적인 사고를 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어야 했다.
또 김 전 지사는 “인간적인 의리를 따지면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 나는 새누리당의 정신과 지향을 가지고 있고 김부겸 전 의원은 야당 후보이기 때문에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을 의식한 말이다. 역시 틀렸다. 그는 김 전 의원에게 “대권을 준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인간적으로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건넸어야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의 내년 총선 대구 수성갑 출마에 대해 “누가 뭐래도 잘못된 싸움이지만 피하지 않겠다”고 첫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의를 지키는 정치-김문수 전 도지사의 대구행을 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 전 도지사가 대구 수성갑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과 관련 “선거전을 치러야 할 상대방입니다. 혈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글에서 “선배라 부르겠습니다. 어렵게 내려오셨으니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하는 게 당연한 도리인 저의 선배입니다”라고 예우했다. 이어 “김 선배가 대구로 올 생각을 한 것도 보수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 일 것"이라며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섬으로써 그 소외감을 돌파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게 설움 받던 저희 둘이 대구까지 와서 지금 싸워야 하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김 전 의원은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느냐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닙니다”라며 “김 전 지사나 저는 한국 정치의 이 비극을 끝내는 것이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야 운동 출신이지만 새누리당에서 김문수가 우뚝 서고, 영남 출신이지만 새정치연합에서 김부겸이 자리 잡을 때, 한국 정당은 소모적인 이념 논쟁과 망국적 지역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그것이 서로 당은 다르지만 저희 둘에게 공히 부여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누가 뭐래도 이것은 잘못된 싸움입니다. 정치가 비정하고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나 비애스럽습니다”라며 “하지만 피하지 않고 금도를 넘지 않겠습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구시민이 정의롭게 심판해주실 것을 믿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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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전문
대의를 지키는 정치 - 김문수 前 지사의 대구行을 보며 -
김문수 전 지사가 마침내 수성(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언론, 심지어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비판적입니다. 저는 김 전 지사가 후보가 된다면 선거전을 치러야 할 상대방입니다. 즉 링 밖에서 게임을 지켜볼 관중이 아니라 링에 올라야 할 선수입니다. 혈전이 될 것입니다. 어차피 여기서 죽기로 각오하고 온 대구입니다. 그러니 누가 되든 저는 죽을힘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솔직한 제 심경을 밝히고자 합니다. 그래서 김 전 지사 대신 선배라 부르겠습니다. 어렵게 내려오셨으니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하는 게 당연한 도리인, 저의 선배입니다. 김 선배와 저는 같은 대구 경북 출신입니다. 지금도 경상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는 비극이 하나 있습니다. 영남에서 태어나 민주화운동을 하다 정치에 뛰어든 경우입니다. 새누리당 쪽에서 운동권 출신은 은근히 따돌림 당합니다. 새정치연합 쪽에서 영남 출신은 항상 소수파에 불과합니다. 영남에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당을 잘못 만나면 그래서 서럽습니다.
저희 둘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김 선배가 대구로 올 생각을 한 것도 보수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 일겁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섬으로써 그 소외감을 돌파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설움 받던 저희 둘이 대구까지 와서 지금 싸워야 하는 겁니까?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느냐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닙니다.
김 선배나 저는 한국 정치의 이 비극을 끝내는 것이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재야운동 출신이지만 새누리당에서 김문수가 우뚝 서고, 영남 출신이지만 새정치연합에서 김부겸이 자리 잡을 때, 한국 정당은 소모적인 이념 논쟁과 망국적 지역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편 가르는 게 아니라 통합해내고,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서로 당은 다르지만 저희 둘에게 공히 부여된 시대적 과제였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것은 잘못된 싸움입니다. 정치가 비정하고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나 비애스럽습니다. 하지만 피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금도를 넘지 않겠습니다. 둘 다 한때 시대의 어둠에 맞섰던 당당한 청년이었습니다. 그 정신으로 추하지 않고 담백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경우 있는 정치’, ‘대의를 지키는 정치’를 위한 싸움입니다. 뚜벅뚜벅 역사의 큰 강물을 따라 걷겠습니다. 대구 시민이 정의롭게 심판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2015년 6월 25일 김부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