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중간에 주차장..역발상으로 숨통트인 경동시장
가게 앞 주차로 몸살을 앓아온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이 시장 중앙도로 중간에 주차장을 배치하는 '역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시장 상인들을 중재하며 합의를 이끌어 낸 데는 경찰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28일 기자가 찾은 경동시장은 불과 2주 전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은 원래 가게 앞에 주차된 차량과 적재물, 그 사이사이로 자리잡은 노점상들 때문에 차량 한 대가 430m의 시장 중앙도로를 통과하는 데 15∼20분씩 걸리곤 했다.
↑ 경동시장(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 내부로 주차장 재배치 공사 이전에 복잡했던 거리(왼쪽)와 이후 깨끗해진 거리(오른쪽).
너무도 혼잡한 시장 도로로 인해 손님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상인들도 물건을 들여올 때 애를 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날 찾았을 때는 차량이 시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고작 1∼2분에 불과했다. 13일부터 나흘 동안 주차 공간을 가게 앞에서 내부도로 중앙으로 옮긴 공사 덕분이었다.
적재물을 가게 안으로 들이고 차량은 시장 가운데로 몰아놓은 덕에 손님들은 이곳저곳 가게들을 편하게 찾아다니고 있었다. 상인들은 여유 있게 손님들을 맞으며 물건을 파는 모습이었다.
정비 공사를 하는 데는 나흘이면 충분했지만, 이 공사가 결정되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사실 이 같은 발상을 한 것은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장 내부 주차장을 도로 양변에서 도로 중앙으로 재배치해 달라고 동대문구청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구청은 '시장 도로 중앙에 주차장이 설치된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고, 시장 내부로는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점점 더 복잡해져 갔다.
도로와 주차장을 재배치하는 등의 정비사업은 통상 지방자치단체가 기획, 경찰과 협의를 거쳐 진행한다.
하지만 구청은 노점상과 일부 상인들과의 갈등, 부족한 인력 등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주말에 주차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상황을 타개한 것은 경찰의 적극적인 중재였다.
동대문경찰서는 시장 내부로를 개선하고자 올해 초부터 상인회, 구청 등과 100여차례에 달하는 간담회를 열어 이견을 조율한 끝에 합의를 끌어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동대문서가 상인 132명과 시민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각각 77%, 92%가 현재의 시장 주차장 방식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 상인은 "경찰이 상인들의 고충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줘 고맙다"며 "구청도 예산을 들여 교통안전선을 긋는 등 협조한 부분은 고맙지만, 경찰이 나서지 않았다면 공사 시작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