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가 증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등에서 자기 정치를 했고,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과정에서도 정부·여당의 과제를 자기 정치를 위해 실험하듯이 했다”며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 원내대표의 자세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앞세운 대통령 특유의 정면 승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증세, 복지 등 주요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낼 때마다 내부적으로 불만을 토로해왔다. 그러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국민연금이나 국회법 개정안과 연계시킨 것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안 연계 과정에서 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그리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을 두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인데, 박 대통령은 이미 이 때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이 일로 조윤선 정무수석이 사퇴했고, 나아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당에서는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며 부글부글 끓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게 사과 한마디 한다고 해결될 문제냐"고 되물으며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배신의 정치를 혐오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유 원내대표가 독자 색깔을 자꾸 내세우는 게 자신을 배신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은 쓰러져 가는 당을 자신이 두 차례(2004·2012년 총선)나 살렸다고 생각하기에 당이 자신의 통제력 밖으로 벗어나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거나 설득할 인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정치를 마치 독립운동처럼 하는 스타일”이라며 “한번 옳다고 생각하고 뜻을 세우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유 원내대표가 그 논리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세종시 수정안 논란 당시를 생각해 보라”며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이런 게 박근혜식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당·청 갈등은 29일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경기도 평택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제2연평해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잡은 일정이다.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 문제가 논의되지 않으면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오후 별도의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오전 청와대에선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도 열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지금의 사태가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이 25일에 이어 또 발언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해 추가 언급을 내놓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29일이 청와대와 국회에서 유승민 대표를 겨냥, 화력이 총집중되는 D데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