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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원칙'에 걸린 유승민거취... 오늘이 분수령..
정치

'박 대통령 원칙'에 걸린 유승민거취... 오늘이 분수령

김현태 기자 입력 2015/06/29 07:10
[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사과했지만, 청와대 기류는 주말이 지나서도 여전히 강경해진 분위기가 역력했다. 새누리당은 오늘(29일) 경기도 평택에서 최고위원회를 개최한다.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기념하고 메르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현장 최고위지만 정작 관심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쏠리고 있다.


2010년 6월 29일. 당시 ‘비주류’인 박근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맞섰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내걸고서다. 주변 사람들은 “세종시 수정안이 합리적”이라고 만류했지만 아무도 의지를 꺾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표결에 앞서 수정안 반대토론에도 직접 나섰다.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안 측근들이 “현직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처럼 원고도 직접 썼다. 당시 상황을 주변에선 ‘박근혜식 정치의 결정판’이라고 했다.

정확히 5년 후, 박 대통령의 정면 승부가 정치권을 다시 폭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번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다. 화살은 “배신의 정치”란 말과 함께 유승민 원내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당·청 갈등과 달리 이번엔 대통령이 여당을 공격한, 이례적인 경우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가 증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등에서 자기 정치를 했고,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과정에서도 정부·여당의 과제를 자기 정치를 위해 실험하듯이 했다”며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 원내대표의 자세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앞세운 대통령 특유의 정면 승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증세, 복지 등 주요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낼 때마다 내부적으로 불만을 토로해왔다. 그러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국민연금이나 국회법 개정안과 연계시킨 것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안 연계 과정에서 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그리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을 두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인데, 박 대통령은 이미 이 때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이 일로 조윤선 정무수석이 사퇴했고, 나아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당에서는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며 부글부글 끓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게 사과 한마디 한다고 해결될 문제냐"고 되물으며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배신의 정치를 혐오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유 원내대표가 독자 색깔을 자꾸 내세우는 게 자신을 배신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은 쓰러져 가는 당을 자신이 두 차례(2004·2012년 총선)나 살렸다고 생각하기에 당이 자신의 통제력 밖으로 벗어나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거나 설득할 인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정치를 마치 독립운동처럼 하는 스타일”이라며 “한번 옳다고 생각하고 뜻을 세우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유 원내대표가 그 논리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세종시 수정안 논란 당시를 생각해 보라”며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이런 게 박근혜식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당·청 갈등은 29일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경기도 평택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제2연평해전 기념식 참석을 위해 잡은 일정이다.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 문제가 논의되지 않으면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오후 별도의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오전 청와대에선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도 열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지금의 사태가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이 25일에 이어 또 발언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해 추가 언급을 내놓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29일이 청와대와 국회에서 유승민 대표를 겨냥, 화력이 총집중되는 D데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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