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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유승민, 국회법 '자동폐기' 후 명예퇴진이 최선?..
정치

버티기 유승민, 국회법 '자동폐기' 후 명예퇴진이 최선?

김현태 기자 입력 2015/07/01 09:27
여당, 본회의 참석 후 표결 불참 ‘자동폐기’ 방침…청와대·친박 상처뿐인 승리
[서울=연합통신넷/김현태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는 6일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해 우선 처리하겠다고 30일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표결에 불참할 방침이어서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5일 ‘찍어내기 발언’ 이후 거센 사퇴 압력에도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친박근혜(친박)계의 ‘국회법 개정안 폐기’ 카드로 지리멸렬한 난맥상을 정리하는 출구로 삼으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비박근혜(비박)계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당내에서는 ‘명예퇴진론’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는 오는 6일을 ‘유승민 거취’ 해법의 ‘디데이(D-day)’로 상정하는 듯한 흐름이 감지된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개정안 일단락 후 명예퇴진’ 시나리오를 흘리는 등 유 원내대표에 대한 저강도 압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더라도 여권 내분의 봉합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은 국회법 개정안 폐기를 계기로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도 정리되길 바라는 눈치다. 국회법 개정안 문제가 마무리되면 유 원내대표가 ‘결단’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 원내대표가 합의·통과시켰던 개정안이 폐기될 경우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퇴진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단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해온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서 (유 원내대표가) 생각을 많이 하실 것”이라며 6일 본회의 직후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현재까지 유 원내대표가 ‘폐기 후 명예 퇴진’을 선택할지는 불확실하다. 만약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게 된다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찍어내기’ 작전은 표면적으로 실현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친박계 시나리오대로 갈지는 미지수다. 이미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박계가 ‘유승민 찍어내기’를 통한 친박계의 판 흔들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 비박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그러면 정말 심각한 내전이 된다. 유 원내대표가 버텨줘야 한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경우 자연스럽게 비박계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유승민 이후’ 친박이 당을 장악할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을 업은 ‘친박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를 놓고 계파 간 대립으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서 여의도 정치권은 숨죽인 채 유 원내대표가 얼마나 버텨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6일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하고 여당이 재상정되더라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 시점이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기에 적절하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참은 자신의 잘못을 공식화하는 사형선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본인은 이 같은 소문에 일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이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이대로 유 원내대표가 버티더라도 청와대와의 관계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버티기’를 오래 지속시키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유 원내대표가 1일 열린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정협의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명예퇴진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160석이라는 과반 의석의 힘으로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될 경우의 ‘여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국 경색을 촉발한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 부당성을 여당 주도로 유야무야 덮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부 한 축인 여당이 박 대통령의 ‘노기’와 총선 심판 으름장에 눌려 맥없이 고개를 숙인 셈이 된다.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의 훼손을 눈뜨고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야당의 ‘보이콧’ 해제로 국회는 이날 정상화했지만, 거부권 여파로 급속 냉각됐던 여야 관계 해빙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여야의 정치적 불신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편법 수정’이라는 당내 비판에도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로선 여권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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