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폐 아동이 친구들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인터넷에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5만명 넘게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A(9)군의 어머니는 지난 29일 밤 '아들이 학교 친구들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며 가해자 처벌과 학교 측의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해달라는 글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다. 이 학부모는 글에서 "아들이 학교 친구 두 명과 일명 '체포 놀이'란 것을 수시로 했는데, 아들은 매번 경찰에 붙잡힌 범인처럼 뒤에서 손을 잡힌 채 꼬집히거나 발로 차였다"며 "(아들이) 이 사실을 어른들에게 털어놓자 5월 13일 가해 학생들에게 성기 일부가 잡아 뜯기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방부제를 먹으면 하늘나라로 가지요?'라는 말을 했다"고도 했다. A군의 아버지는 본지에 "가톨릭 사제가 꿈이라고 했던 아이가 방부제라는 말을 꺼냈을 때, 말로 표현 못 할 무서움을 느꼈다"며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아들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 글에는 허벅지와 종아리에 멍이 들고 성기 부분에서 출혈이 일어난 피해 아동 사진이 여러 장 첨부돼 있었다. A군은 이 때문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A군의 어머니는 이 사진들과 함께 자기 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자폐 아동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발달 장애의 일종이다. A군이 다닌 학교는 5월 29일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수차례 열고, "체포 놀이를 하고 피해 학생을 밀친 점은 인정되지만 이 과정에서 멍이 들었거나 성기에 상처가 났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가해 학생들에 대해 교실 내에서 A군과의 접촉과 보복 행위를 금지하고, 특별 교육 2시간을 결정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목격자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멍과 상처가 가해 학생들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리자, A군 학부모는 가해 학생들의 강제 전학을 요구하며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A군의 부모는 지난 18일 경찰에도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경찰은 가해자들이 형법상 처벌이 불가능한 형사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사건을 각하(却下)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학부모는 A군의 어머니가 글을 올리기 몇 시간 전 '목격자를 찾을 수 없는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피해 부모가 퍼뜨리고 있다'는 취지의 반박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한 학생의 어머니는 본지 통화에서 "A군이 폭행당했다는 그 날 쉬는시간, 아들은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는 증언이 나왔고, (피해자 측에서)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5월 13일에 학교에서 만난 A군은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며 피해자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피해 학생과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중 1명은 유치원도 같이 다녔고 부모들끼리도 아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 지역 학부모들의 인터넷 카페와 SNS 등에선 온종일 논란이 됐다. 피해 아동 어머니의 서명운동에는 30일 오후 10시 40분 기준 5만2500여명이 참여했다. 일부 학부모는 "가해 아동이 우리 아이 학교로 전학 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반대한다"는 움직임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