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교육 단체들이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를 요구하는 1000만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한글을 지키기 위한 1000만 서명 운동은 1998년에 이어 두 번째다.
교육부는 오는 9월 '2015 개정 교육 과정' 발표를 앞두고 오는 2018년도부터 적용되는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추진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과서 한자 병기 추진에 이어 필수 학습 한자(적정 한자) 500∼600개가량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날 국민운동본부는 출범 기자회견문에서 "초등 교과서의 한자는 1970년 박정희 정부에서 폐기되어 45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초등 교육이 이뤄져 왔다"면서 "그런데 느닷 없이 교육부가 한자 병기와 적정 한자 수를 제시하겠다는 것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망국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운동본부는 교육부에 한자급수시험 돈벌이 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한자 병기 정책의 철회, 국어기본법 사수, 초등학생 필수 학습 한자 발표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대로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공동대표)는 "1970년부터 박정희 대통령은 한글 교과서를 만들었는데,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차재경 기념관장도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포함하는 결정은 헌법 개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라면서 "세종대왕께서도 한자 병기를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가뜩이나 과도한 학습량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데 교육부가 한자 병기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영어 사교육에 이어 한자 사교육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도 "교육부가 아이들이 죽든 살든 한자로 돈이나 벌고 보겠다는 장사꾼 모리배 심보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국민운동본부 대표들은 회견장에 마련된 '한자 병기 반대' 서명지에 직접 서명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1000만 서명 운동은 온오프라인 서명을 함께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17년 전인 1998년 12월 3일 한글학회 등 70여 개 단체는 '한글 전용법 지키기 1000만인 서명운동본부'를 발족한 바 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등의 건의를 받아 당시 정부가 '초등학교 한자 의무 교육'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한 반발이었다.
당시 이오덕 서명운동본부장은 "제 나라 제 겨레의 쉬운 말글을 두고 어려운 한자를 쓰자는 주장은 터무니 없는 억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