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김태호 최고위원) "마음대로 해."(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당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데."(김 최고위원) "애××들도 아니고 그만해."(김학용 대표 비서실장) "무슨 이런 회의가 있어."(김 최고위원)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의 2일 최고위원회의는 결국 고성과 욕설이 오간 끝에 난장판이 돼 버렸다. 오전 9시에 회의를 시작한 지 35분 만에 김무성 대표는 격앙된 표정으로 회의 중단을 선언하고 퇴장해 버렸다.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사퇴 논란'을 비켜가려는 듯 경제 전반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상황을 점검하며 정부의 노력을 당부했다. 유 원내대표도 국회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추가경정 예산 편성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럭비공' 같은 김태호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면서 회의 분위기가 곧바로 냉랭해졌다. 김 최고위원의 '유승민 사퇴' 공세 발언이 화근의 씨앗이 됐다. 김 최고위원은 "콩가루 집안이 잘되는 것 못 봤다"면서 "유 원내대표 스스로가 '콩가루 집안이 아닌 찹쌀가루가 되겠다'고 한 만큼 이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당과 나라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거듭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김 대표가 의원들에게 자중을 촉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당내 갈등을 수습하려는 노력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서, 이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이날 처음으로 유 원내대표 사퇴 공세를 강력 성토하며 반격을 가했다. 원 정책위의장은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유 원내대표 거취 관련) 긴급 최고위를 한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그것을 못 기다리나. 해도 너무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유 원내대표가 신중히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보자. 이럴 때면 역지사지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원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공개 석상에서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미리 준비해온 모두 발언을 하지 않고, 김 최고위원의 도발에 맞서 즉흥적으로 맞받아쳤다.
발끈한 김 최고위원은 "한 말씀 더 드리겠다. 잘못 전달되면 안 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만 해라", "회의 끝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김 최고위원도 물러서지 않고 "사퇴할 이유가 왜 없어!", "무슨 이런 회의가 다 있어"라며 소리를 질렀다. 회의장이 크게 술렁이자 서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의 팔을 붙잡고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김 최고, 고정해"라고 했지만 통제불가였다.
난장판을 지켜보던 유 원내대표는 아무런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퇴장했다.
김 최고위원이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혼자 남아 발언을 쏟아내자 회의장을 빠져나가던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저 개××"라고 욕설을 하며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뭐하는 짓이야 도대체가"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날 회의는 고위 당직자들이 고성과 막말, 심지어 욕설까지 내뱉으며 회의를 파행으로 끝내는 아수라장의 결정판이었다.
유 원내대표 거취를 둘러싼 여당의 내홍은 친박계가 사퇴 시한으로 못박은 오는 6일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