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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87회

한애자 기자 haj2010@hanmail.net 입력 2018/03/02 16:01 수정 2018.03.02 16:12
▲사진: 공원에서 어느 여인

신기루

어느덧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일행은 고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 은 기자는 마음이 정리된 듯 송 박사와 좀 떨어진 곳에 앉아서 골똘히 상념에 잠겨 있었다. 그것은 독일로 출발할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송문학은 그 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며 가정사역과 사회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다시 정리하며 검토해 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은 기자와의 사건이 자신을 한 단계 성숙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참, 내 자신이 그런 실수를 하다니!’

인간은 역시 약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어느 누가 자신이 완벽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비행기는 어느덧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출구로 나오는데 은 기자의 남편과 두 아들이 손을 흔들며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어서 와요. 보고 싶었소!”

은 기자의 짐을 그의 남편이 받아들었다. 인상이 깔끔하고 건실해 보였다. 은 기자는 남편을 껴안았다. 어깨 너머로 그녀의 눈이 송문학과 마주쳤다. 그 눈길은 송문학에게 매우 낯설었다. 그리고 금방 서로 아무 일이 없었던 듯 외면해버렸다. 순간 그동안 은 기자에게 품었던 연정이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그 뒤로 낯익은 아내의 모습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

송문학의 딸이 품에 안겼다.

“어서 오세요 여보. 피곤하시죠!”

송문학은 침묵 속에 저편의 가족과 함께 웃으며 사라져가는 은기자의 뒷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은 기자의 남편 참 괜찮아 보이죠?”

“으응? 그, 그렇군….”

은 기자를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을 보았는지 지선이 먼저 말했다. 여자의 육감일까, 모든 걸 꿰뚫는 듯 예감하는 아내의 눈빛이 그를 숙연하게 했다. 배신감인지 허탈감인지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 잠시 비틀거렸다. 송문학은 한동안 자신이 신기루 속에서 뭔가를 잡으려고 허우적거렸음을 깨달았다. 그는 정말 신기루의 환상 속에서 이제 겨우 깨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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