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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저임금은 얼마? 세상 어디에도 낮은 돈 받을 ..
사회

2016년 최저임금은 얼마? 세상 어디에도 낮은 돈 받을 '낮은 일'은 없다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7/04 12:10
[저임금 공화국, 대한민국 ] 한국 사회 속 저임금을 둘러싼 편견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저임금'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지만 노동 소득 분배율, 즉 국민 소득에서 노동에 의한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일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의미는 일은 노동자가 하고 소득은 기업이 가져간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한국은 실질 임금 상승률 최저, 최저 임금 최저, 장시간 노동 최고, 산재율 최고라는 우울한 기록을 갱신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쥐꼬리만한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저임금은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저임금 공화국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은 이와 같은 저임금의 수렁에 빠진 것일까? IMF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1인이 생산 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한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였다. 이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결과 '연공급제'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연공급제는 노동자들의 근속 연수가 길어질수록 노동자의 숙련도가 증가할 뿐 아니라 노동자가 속한 가족의 필요 생계비가 증가함을 반영하는 임금 체계다. 이러한 연공급을 시행하는 기업은 고숙련의 노동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는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정해 임금 인상을 규제했으며, 이를 위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러한 규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 및 노동자 집단인 노동조합에게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돼 줬다.

임금 인상을 막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시도는 IMF 체제 하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국가 위기, 경제 불황을 빌미로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꿈도 꿀 수 없는 상태가 됐고, '기업이 살아야 나라라 산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모토 아래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불과 2~3년 만에 정리 해고로 잘려나갔다. 기업은 착실히 이윤을 내며 IMF를 신속히 극복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노동 시장의 구조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이제 정규직은 IMF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전유물이 됐으며, 정리 해고자들은 동일한 회사에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재고용됐고, 처음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노동자 대부분의 일자리는 기간제 또는 파견제 일자리가 대다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간제로, 파견제로 2년만 일하면 '정규직'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정규직은커녕 잘리지만 않아도 다행이었다. 어쩌다 2년이 넘어 쟁취한 일자리는 정규직이 아니라 '무기 계약직'이라는 새로운 고용 형태였다. 무기 계약직은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정규직과 무기 계약직은 임금도 다르고, 명찰도 달랐다.

오히려 비정규직과 더 유사했다. 이렇게 한 번 정규직과 정규직 외의 일자리로 나뉜 우리 사회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사회적 간극이 점차 커져만 갔다. 점점 더 많은 노동자가 저임금과 저임금을 만회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1990년대부터 시작된 지속적인 노동 유연화 전략, 비정규직의 확대는 곧 저임금의 일반화를 불러왔다. 그리고 현재,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한다. 지속적인 경제 위기 논리가 그 목소리를 막고, 그나마 괜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의 노동자들에게는 가진 것을 내놔야 비정규직의 조건이 나아진다는 주장이 판을 치기 때문이다. 또 비정규직에게는 열악한 일자리라도 만족하며 살라고 강요한다. 저임금 공화국이 될 수밖에 없다.

아래에서는 정당한 우리 몫을 빼았고 있는 사회적 구조와 이데올로기는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저임금을 낳는 임금 체계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 알바몬이 제작한 '최저임금' 관련 광고.

#1. 남성 1인 생계 부양자 논리

기존의 한국 노동 시장이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구성돼 있었던 탓에 한 가정을 책임지는 생계부양자로서의 성인 남성을 제외한 여성의 노동, 청년·청소년의 노동, 노인의 노동에 대해서는 생계 부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저임금을 받아도 충분하다는 논리가 쉽게 통용됐다.

그러나 이미 성인 남성을 중심으로 한 괜찮은 임금 수준의 정규직 일자리는 대부분 박탈된 상황이다. 성인 남성 1인의 노동에 의해서만 생계를 꾸려간다는 것은 불가능 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성도, 청소년도, 노인도 모두 생계를 위해 노동 시장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동 시장은 '남성 1인 생계 부양자' 논리를 핑계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 60% 정도의 임금만을 받고 있으며, 여성 노동자의 61.5%가 최저 임금을 받고 있다. 고령 노동자는 생산성 저하와 생계 보조자임을 이유로 임금 피크제를 시행하고, 낮은 임금을 정당화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에도 이들의 노동을 '알바'라는 이름으로 저가치화해 노동 착취를 정당화하고 있다. 

#2. 낮은 직무에는 낮은 임금을

우리 사회에는 분명하게도 '낮은 직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청소 업무에 대한 공공연한 사회적 인식이 그렇다.
'청소는 필요한 일인가?'로 질문을 바꿔 보면 진실은 금세 드러난다.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하루만 지나도 확연히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넘치는 쓰레기통, 더러운 거리, 여름이면 쓰레기에 꼬이는 벌레로 더욱 곤욕스럽다.

그렇다면 청소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며, 사회적으로 낮은 직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청소가 가사 노동과 유사한 여성의 일이란 것이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논리와 연계돼 낮은 일로 치부되고 있다.

이 밖에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이유로 각종 '알바'가 하는 일,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하는 일 등이 낮은 직무로 평가된다. 이러한 일들은 쉽게 외주화돼 임금을 낮추고, 최저 임금을 주는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의 청소 업무, 철도 유지 보수 업무, 기업의 콜센터 업무 등은 사회의 유지를 위해, 안전을 위해, 또 그 사업의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업무다.

그럼에도 주변 업무, 단순 업무로 떼낸 일들에 대해 낮은 직무라는 평가를 내리고 비정규직 사용을 정당한 것이라 우기는 것이다. 필요한 직무가 있을 뿐, 낮은 직무란 없다.

#3. 고용과 임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

임금을 높여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항상 따라붙는 기업의 논리는 '고용과 임금 중 택일하라'는 것이다. 임금이 올라가면 그만큼 고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최저 임금 인상 요구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그러나 과거 무수한 연구 결과와 최근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독일의 사례를 통해서 이러한 자본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 독일은 최저임금제를 시행함으로써 초단시간 노동 등 질 나쁜 일자리가 일부 줄어들었으나, 전반적인 고용 저하나 실업률 인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질 나쁜 일자리가 사라지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즉, 고용과 임금은 제로썸이 아니다. 임금이 낮아지면 내 옆의 실업자가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장만 배를 불린다. 실제로 기업들이 높은 임금을 주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편의점주와 같은 소규모 자영업이나 중소영세 하청업체들의 경우 실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임금 인상은 자제돼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고용 구조의 변화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자영업에 진출하면서 지불 능력이 없는 고용주가 된 것이다. 이런 경우 노동자들은 소규모 자영업자와 중소영세 하청 업자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는 대자본을 향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해야 한다.

진짜 이익을 얻어가는 자들은 소규모 자영업자나 중소영세 하청업자들을 지배하고 있는 원청 대기업이고, 그들이야말로 진짜 사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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