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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사퇴요구. 왜 대표직사퇴 해햐하나요..
정치

유승민사퇴요구. 왜 대표직사퇴 해햐하나요

김현태 기자 입력 2015/07/08 04:34
새누리당이 8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최종 논의할 방침이다.
▲ 국회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유승민(왼쪽) 원내대표가 7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 투표 불참과 여당 단독 법안처리에 대한 비판 발언을 듣고 있다.[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배신의 정치”라고 호통을 친 박근혜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 굽혀 사과하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보았을 때, 내가 다 부끄러웠다. 그에 대한 지지나 선호와 별개로,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라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는 이유로 저토록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하거나 당혹스럽기보다 부끄러운 감정이 먼저 일었다.

새누리당이 8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최종 논의할 방침이다.

김무성 대표는 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내일(8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사퇴 권고 결의안을 만들어 발표한 뒤 의원들의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표결로 가지 않기 위해 권고 결의안 채택 방식을 택했다”며 “최고위에서 그렇게 의논이 된 것이고 유 원내대표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앞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 유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이 같은 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해 온 김태호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방식대로 의원 총회를 소집하면 세력 싸움의 후유증이 클 것”이라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빠른 수습이 당을 위해 이롭다는 공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거취를 표명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뒤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의총 소집에 대해 “열자면 열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면서 빚어진 유승민 거취 논란으로 조성된 여권의 극심한 내분 사태가 8일 의총을 계기로 진정될지 주목된다.

이에 앞서 유 원내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들은 지난 6일 저녁 모임을 갖고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만약 유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할 경우 곧바로 의총을 열겠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오판이었다. 더한 상황은 그 뒤에 이어질 참이었다. 여당 내에서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경쟁이라도 하듯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싸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담할 정도였다. 이제는 친박이고 비박이고간에 유 원내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을 종용하는데, 뭐가 명예로운 건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새누리당은 8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사퇴권고 결의안’으로 유승민 정국을 마무리지을 모양이다. 지금껏 유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뽑아 준 자리이니 대통령의 뜻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며 버텼지만 의총에서 표결로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묻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의원 개개인이 자기 의견을 밝히고 토론하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면서 그저 ‘대통령 심기 달래기’만을 지상 목표로 삼아 매진하는 꼴이다.

유승민 사태의 발단이 된 국회법 개정안 역시 여당 의원들이 소신을 억누르고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6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질 기회조차 없었다. 혹여 의원 일부라도 ‘대통령 뜻’을 거스르는 표를 던져 당-청, 친박-비박계 갈등이 도질 것을 우려해 당 지도부가 표결 불참 지침을 내렸을 터다. 애초에 여야 합의를 거쳐 다수의 찬성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재의결에서 지침에 따라 투표에 불참하는 광경은, 총재의 말 한마디에 당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구시대의 국회를 떠올리게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계파싸움 좀 그만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복무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부질 없는 일이다. 표 계산에서 그들은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을 텃밭으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통령과 어긋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다음 총선에서 당선(그리고 공천)을 위협하는 요소일 테니 말이다. 유 원내대표 역시 소신을 지키는 행보를 보이며 지지율이 크게 올랐으니 복잡한 속계산이 없지 않을 터다. 국민 이익을 대변하기를 기대하며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의 이해와, 재선출을 목적으로 삼는 국회의원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대의 민주정치의 근본적 한계다.

그 결과는 이렇다.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으려 국민을 배신한 결과 국회법 개정이 겨냥했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여전히 모법의 취지를 위반해 진상규명 활동을 제약한 채 남아있다.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개정 국회법조차 거부된 마당에 여당이 이런 의지를 보일 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가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통령은 세월호 사태 수습 때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국민의 대표가 아닌 정파의 수장이 돼 버렸다. 대통령이 국회에서의 논의를 자신에게 대항하는 불필요한 일로 여기는 한 그는 친박계의 대통령일 뿐 국민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국회 역시 뒷걸음질을 쳤다. 국회 과반을 점유했던 신한국당이 당 지도부의 진두지휘 아래 새벽에 야당 몰래 국회에 잠입해 안기부법과 노동법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던 그 역사적 사건이 약 20년 전의 일이다. 정파 싸움을 위한 거수기에 불과할 뿐 입법 기관으로서 역할하지 못하는 지금의 국회는 20년 전 날치기 국회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유승민 사태가 남긴 민주주의 퇴보의 유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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