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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의 사퇴, 청와대는 승리했나?..
정치

유승민의 사퇴, 청와대는 승리했나?

김현태 기자 입력 2015/07/10 09:59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후 지난 7일까지 친박계의 ‘친위 쿠데타 14일’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3번의 분기점에서 번번이 판정패만 했다.

첫 번째 분기점이던 지난달 25일 긴급 의원총회에선 발언자 40명 중 4명만 유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사실상 재신임했다. 이후 며칠간 친박 의원들이 박 대통령 탈당, 친박 최고위원 동반사퇴를 통한 당 지도부 붕괴, 의총 재소집 등 강공 시나리오를 쏟아냈지만 대세를 잡지는 못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의 또 다른 분기점으로 내건 6일 본회의 뒤 사퇴도 무위에 그쳤다.

 

친박계의 거듭된 강공과 그에 따른 역풍이 반복되면서,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원조 친박’ 한선교 의원은 지난 3일 “10여명의 우리만이 진짜 친박이라는 배타심이 지금의 오그라든 친박을 만들었다”고 공개 비판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통과 당일) 청와대가 명확한 신호를 줬어야 한다. 비박 지도부와 소통이 안되면 친박계 의원들을 통해서라도 줬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얻어낸 유 원내대표 사퇴라는 승리도 반쪽짜리다. 비박계는 유 원내대표 사퇴를 찬성한다기보다 “내년 총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일시적으로 불만을 누른 상황인 때문이다. 향후 정국에서 갈등 현안에 따라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 남은 셈이다. 이 경우 친박계는 결정적 쇠락기로 접어들 수 있다.




ㆍ3시간 반 의총… 사퇴 자체엔 ‘공감대’, 표결 놓고 공방

 새누리당이 8일 의원총회라는 형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를 끝내 성사시켰다. 박 대통령의 ‘6·25 국무회의 발언’ 당일 열린 의총에서 내렸던 결론은 13일 만에 번복됐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 160명 가운데 120명이 의총에 집결했다. 최경환·황우여 부총리 등 내각의 친박계 의원 5명은 모두 불참했다. 표 대결로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를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암시와도 같았다.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도 의총장이 아닌 국회 의원회관에서 예견된 결론을 기다렸다.

 


웃지 못한 당·청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윤중 기자·청와대사진기자단

 

■ “옳고 그름 따지지 말라”

오전 9시15분. 김무성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경험에 비춰보건대 정치인의 거취는 반드시 옳고 그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른 일이지만 물러나라’는 것인지, ‘따지지 말고 물러나라’는 것인지 모호했지만 ‘사퇴하라’는 요구는 매한가지였다. 김 대표는 “선당후사 정신”을 들며 “나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희생하는 결단을 부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만 넘쳐났다.

비공개로 3시간30분여 진행된 의총에서 발언자로 단상에 선 의원은 35명이었다. 원내대표 거취를 표결로 결정하자는 의원은 6~7명에 그쳤다. 사퇴권고 ‘형식’을 두고 갑론을박은 있었지만 “왜 물러나야 하느냐” “사퇴는 안된다” 등 2주 전 의총에서 표출됐던 사퇴 반대 목소리는 사그라들었다.

 

 

■ 친박·비박 격돌은 했지만…

첫 토론자로 원내대표 사퇴 논의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온 박민식 의원이 발언대에 섰다. 이어 비박계 김용태 의원이 나서 “대충 ‘우~’ 해서 박수치고 끝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명 한명 의사를 제대로 파악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다음에 대통령이 또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표결로 원내대표 거취를 결정하자는 주장이었다.

하태경 의원은 “현실적으로 유 대표 체제 존립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당·청 소통에 있어 청와대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김희국·유의동 의원 등 비박계 일부가 표결을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은 의총장 앞에서 기자들에게 “내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개혁보수’는 표결하자고 하고 ‘꼴통보수’는 표결하지 말자고 하는 거다. 웃기지 않으냐”라고 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치인이 사퇴하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다. 나도 그동안 세 번 책임진 적이 있다”면서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홍문종 의원은 기자들에게 “그만둬야 한다는 게 대세”라며 “사퇴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사퇴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로 의견이 많이 갈린다”고 주장했다.

잠시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유승민계’ 이종훈 의원의 표결 요구 발언에, 친박계 함진규 의원은 “한가한 소리하고 있네. (유승민) 식구는 나서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에 비박계 황영철 의원은 “왜 발언을 막느냐”며 고성으로 받았다.

 

낮 12시50분 마무리 발언에 나선 김 대표는 “사퇴를 권고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정리했다. 표결 요구 의원들을 향해서는 “따라주면 안되겠느냐. 정리하고 넘어가자”며 막아섰다.

엄중한 분위기였지만 의원 몇 명은 여느 의총 마무리 때처럼 박수를 치기도 했다. 12시56분 의총장을 나온 김 대표는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를 대동하고 원내대표실을 찾아 유 원내대표에게 의총 결론을 전달하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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