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아직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만 50세 이상 중·고령자 10명 중 2명만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에 필요하다고 보는 최소 생활비는 2년 새 23%나 가파르게 올랐다. 노인으로 생각하는 나이는 이미 정부 기준(65세)을 웃돌고 건강수명도 길어지고 있지만, 정작 노후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50~60대 ‘할저씨(할아버지+아저씨)·할줌마(할머니+아줌마)’의 불안하고 고단한 삶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10일 만 50세 이상 가구원이 있는 전국 5000여가구를 대상으로 2013년 실시한 패널조사(5차) 결과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 준비 실태’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조사는 2005년부터 격년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후 시기에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중·고령자들의 80.4%가 노후를 위해 경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2011년 4차 패널조사 때의 63%보다 17.4%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로, 향후 노후에 들어서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19.6%는 국민연금, 예금·적금·저축성 보험, 부동산 운용 등을 통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부부 기준으로 필요한 월 최소 생활비는 160만원으로 4차 패널조사 때보다 30만원(23.1%) 높아졌다.
개인 기준 최소 생활비도 99만원으로 22만원 올랐다. 전체의 50.7%는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주관적으로 노후라고 생각하는 시점은 평균 67.5세(남 67.9, 여 67.1세)로 2년 전 67.6세와 비슷했다.
노후가 시작됐다고 인식하는 사건은 10명 중 6명(56.8%)이 기력이 떨어졌을 때를 꼽았고, 일을 중단한 시기(26.7%)가 뒤를 이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2013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상대 빈곤율)이 48.1%인데 10명 중 8명이 노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노인빈곤율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노인빈곤율을 떨어뜨리려면 시장 영역에선 노인 일자리 제공, 복지 영역에선 공적연금·의료보장성 강화 등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