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국 최초로 서울 강동·구로·서초·송파구 등 4곳에 공급된 행복주택 중 신혼부부용으로 배정된 전용면적 41㎡형과 전용 26·29㎡형의 청약자 수다. 신혼부부 배정 물량 총 420가구 중 전용 41㎡형은 송파 삼전지구에 단 3가구만 공급됐다. 물량은 적었지만 나머지 주택형 청약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
이유는 전용 41㎡형만 원룸형이 아닌 방이 2개인 투룸형 구조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주택형은 전체 최고 청약경쟁률인 161대 1을 기록한 반면 원룸형이 공급된 구로 천왕·강동 강일지구 등 2곳의 신혼부부 물량은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설명회까지 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학생·사회초년생 공급분 경쟁률이 최소 5.1대 1에서 최대 208.5대 1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실 이번 미달 사태는 정부가 거주 성향이 다른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모두 ‘젊은층’으로 묶어 행복주택 사업을 추진한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1인 가구인 대학생·사회초년생에 비해 2인 가구인 신혼부부는 결혼과 함께 늘어난 세간살이를 보관하고 함께 식사를 할 공간이 더 필요하다. 현행 최소주거면적 규정에서도 1인 가구는 방과 부엌이 필수지만 2인 가구는 식당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신혼부부는 최대 6년인 행복주택 거주 기간을 감안할 때 출산과 함께 언제든 3인 가구로 전환될 수 있는 계층이다. 아무리 임대료가 저렴해도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주거면적(33.5㎡)에도 못 미치는 원룸에서는 살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신혼부부를 위한 투룸형 행복주택은 충분히 공급되기 어렵다는데 있다. 당초 국토부는 신혼부부용 행복주택을 2베이(거실과 방 1개 전면 배치) 구조인 투룸형(전용 36·45㎡)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계획된 각 사업지구의 대지 면적과 가구 수를 고려할 때 대부분 전용 20~30㎡인 원룸형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한 건물에 원룸형과 투룸형이 함께 들어가는 현재 방식에선 공간 배치가 쉬운 원룸을 더 많이 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첫 공급에서 유일한 투룸형이였던 송파 삼전지구 전용 41㎡형도 원룸형과 같은 층에 넣다보니 1베이(거실 전면배치) 구조에 칸막이 벽을 세워 방을 하나 더 만든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1인과 2인 가구의 거주 특성과 수요를 철저히 파악해 젊은층이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을 짓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