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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칼럼] 한반도 드라마와 하이포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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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칼럼] 한반도 드라마와 하이포마니아

이인권 논설위원장 기자 leeingweon@hanmail.net 입력 2018/03/10 12:43 수정 2018.03.12 20:48
이인권 논설위원장

미국과 북한의 대결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극한 양상을 보이다가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특사외교'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으로 방향을 트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어떻게 보면 픽션에서나 있을법한 한편의 역전드라마다. 

언론들은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들이 ‘파격적’이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결과를 도출해낸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 또한 복잡한 외교안보 상황에서도 인내와 신념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심겠다는 자세를 초지일관 견지해 왔다.

이번에 한반도에 전격적으로 화해의 물꼬를 튼 남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들은 모두 ‘하이포마니아’(hypomania)들이라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결실을 맺어낸 것은 모두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는 국가 운영방식이 아닌 최고지도자가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겨 톱다운식 중대 결단을 내린 덕분이다.

하이포마니아는 정신심리학적으로 '경조증(輕躁症)인 사람'을 일컫는데 통상 병리학적으로 우울증과 조증을 반복하는 양극성장애와는 엄연히 구별된다. 경조증은 의식이 고양된 상태로 대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일반인보다 5배 이상 생성돼 자신감과 확신감이 강한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긍정성, 외향성, 친화성, 적극성, 추동성이 강한 특성을 보이게 된다. 한마디로 하이포마니아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인성과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하이포마니아들은 사회문화적 바탕과 교육 여건에 영향을 받게 돼 규격화되고 엄격한 구도보다는 유동적이며 자유스런 환경 속에서 형성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 최대 강국이 된 미국의 기반 형성은 개척시대 하이포마니아들의 공로가 컸다. 콜럼버스, 해밀턴, 에디슨, 포드, 아인슈타인 등 미국을 일으킨 인물들은 이 부류에 속한다. 유대인이 세계 최고 민족이 되었던 것은 그들에게 하이포마니아적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포마니아는 일단 활동성이 강하며, 야망을 좇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넘치며, 모험을 감수하며, 자존감이 세며, 즉각적인 행동 양태를 보이는 주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하이포마니아들은 ‘스스로를 특별하고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믿으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옳다’는 자기 확신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때로는 망상처럼 얼토당토 하지도 않는 생각과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항상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려는 집념이 있다. 세계 문명에서 족적을 남긴 선각자나 위인들은 한결같이 하이포마니아들이었다. 프랑스 역사가 알렉시스 토크빌은 미국인들을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국민으로 규정했으며, 기본적으로 미국에는 모든 환경에서 하이포마니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모든 사람들은 성공을 원한다. 그런데 지도자들은 더 '큰 그림'(big picture)의 성공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한국사회에서는 통념적으로 그것을 출세라고 부른다. 그런데 하이포마니아적 승리는 진정한 성공의 자세이지 한국사회에 만연돼 있는 출세주의와는 구분돼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는 그 출세주의가 지난 시대를 지배해왔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주장대로 자신이 추구해서 이루어야 할 목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였다. 그래서 요소요소마다 사회적 적폐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전쟁 후 압축 성장과정에서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던 기성세대들은 어떻게 보면 하이포마니아적 특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로지 자신감과 큰 이상에 사로잡혀 잠자는 것도 잊고 일에 몰두해 세계 10대 강국을 이뤄냈다.

미국이나 한국은 이러한 일종의 정신의학적 경조증 세대가 만들어낸 국가라고 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미국은 소통이 되는 하이포마니아의 문화체계를 만들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데 반해 상대적으로 한국은 소통의 기반이 취약한 구조가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전근대 사회의 개척기에는 하이포마니아적 기질이 절실하다. 미국의 개척시대나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 그랬듯이.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선 지금 특히 한국사회에는 하이포마니아적 출세주의보다도 진정한 성공의 가치가 필요한 시대가 되어 있다. 출세를 위해 열정과 헌신의 하이포마니아에게 결여될 수 있는 소통이 어떻게 보면 21세기 성공의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소통의 핵심가치가 충족된다면 참된 성공은 한국사회를 격상시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에 남북한과 북미 간에 그렇게도 갈급하던 ‘소통’의 토대가 마련됐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 분열과 대립과 긴장의 한반도에 하이포마니아의 최고지도자들이 그 특성으로 ‘무엇인가’는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가 크다. 

미국이나 한국이 초창기에 하이포마니아들이 국가 위업을 이루었듯이 남북한 평화 공존과 통일로 나아가는 역사의 첫 페이지를 쓰게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최고지도자들이 부디 출세주의의 속성처럼 이번에 열릴 릴레이 정상회담들을 정치적인 이벤트로서가 아니라 하이포마니아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 우선 세기적인 평화의 씨앗을 한반도에 뿌리는 성공의 쾌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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