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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리고 인터넷·SNS 하면 '거북목' 부른 주요인..
사회

웅크리고 인터넷·SNS 하면 '거북목' 부른 주요인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7/19 15:19

중학생 김모(14)군은 요즘 책상에 앉아 있기가 힘들다. 어깨와 목 근육이 자주 딱딱하게 뭉친다. 어깨에 돌덩어리를 얹은 것 같은 증상 탓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병원을 찾은 결과, 목이 앞으로 빠진 자세인 ‘거북목’이 원인이었다. 서남의대 명지병원 재활의학과 최정화 교수는 “컴퓨터·스마트폰 사용 시 잘못된 자세가 거북목 증상을 키웠다”며 “요즘 척추와 목이 불편해 병원을 찾는 청소년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직업병을?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근로자가 겪는 ‘VDT(Video Display Terminal·영상표시단말기)증후군’을 우리 아이들이 겪는 것이다. 컴퓨터·노트북·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를 장시간 사용한 탓이다.

사진=온라인

눈이 침침하고 야근한 근로자처럼 어깨와 목이 뻣뻣하게 굳는다. 인터넷 접속이 안 되면 화가 치밀고 불안감에 휩싸인다. 신체 나이는 10대지만 증상은 30, 40대 직장인이 겪는 수준이다.

C자 모양 목뼈 변형, 퇴행 빨라져

미래창조과학부(2014) 조사에 따르면 만 10~19세 청소년의 일일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2.5시간으로 성인(2.4시간)보다 길었다. 만 3~9세도 1.3시간이나 인터넷을 사용했다. 친목 도모뿐 아니라 학습과 정보 검색, 게임, 쇼핑, TV 시청 등 용도도 다양하다. 하지만 잦은 스마트기기와 인터넷 사용은 건강을 역습한다. ‘인터넷 사용으로 건강이 이전보다 나빠진 것 같다(13.2%)’ ‘인터넷을 너무 사용해 머리가 아프다(12.4%)’ ‘인터넷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다(36.3%)’는 청소년이 많았다.

컴퓨터를 할 때 가장 혹사당하는 곳은 어깨와 목이다. 장시간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처럼 작은 기기는 더 문제다. 사용 시 고개와 허리를 모두 웅크린다. 정상 목뼈는 옆에서 봤을 때 C자 모양이다. 하지만 앞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지속하면 목뼈 모양이 변형된다. 일자로 펴지다 못해 거북이 목처럼 앞으로 굽는다. 근육·인대가 경직돼 통증을 유발한다. 최 교수는 “10대는 골격이 완전히 형성된 상태가 아니라 경추 모양이 변형되기 쉽다”며 “나이가 들어 디스크 같은 퇴행성 변화가 빨리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과다 사용해 손목터널증후군에 시달리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청소년,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메시지와 오락을 즐기는 엄지족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20세 미만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2009년 666명에서 2013년 861명으로 증가했다. 손목은 꺾이거나 젖혀지면 인대 밑으로 지나가는 신경을 누른다. 신경이 연결된 손가락 끝까지 저릿저릿하다.

휴대전화 전자기파, 비염 유발 가능

성장기엔 피부도 영향을 받는다. 컴퓨터를 사용하다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거나 사용 시간대가 주로 밤 10시 이후인 청소년에게서 ‘얼굴이 따끔거린다’ ‘여드름이 난다’ 같은 자각 증상이 나타난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수면 부족으로 생체 리듬이 깨지면 피부에도 변화가 생긴다”며 “사춘기 청소년은 피부 트러블이나 여드름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휴대전화의 전자기파는 호흡기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어린이는 주의해야 한다. 사람의 기도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털(섬모)이 있다.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유해물질을 걸러낸다. 하지만 섬모가 휴대전화 전자기파에 노출되면 이런 기능이 약해진다. 호흡기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비염·부비동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특별한 코질환이 없는 18명에게서 부비동 점막을 채취해 휴대전화와 같은 주파수·세기의 전자기파를 노출시켰다. 그리고 섬모 진동 횟수를 측정했더니 정상 섬모(초당 10~20회)에 비해 운동 기능이 약 11% 감소했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준 교수는 “요즘 담배 연기보다 휴대전화 전자기파에 노출되는 시간이 훨씬 길다”며 “코를 비롯한 호흡기 건강에 유해할 수 있어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폰을 꽂아 사용하는 것도 휴대전화와의 접촉을 줄이는 방법이다.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는 청소년도 흔하다. 컴퓨터나 모바일에 장시간 집중하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 안구건조증이 유발된다. 스마트폰은 화면과 글씨가 작아 폐해가 더 심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 318명을 대상으로 VDT증후군 자각증상을 조사한 결과 눈의 피로(68.6%), 눈의 건조(44.7%), 시력 저하(35.5%), 눈 작열감(24.8%) 같은 눈 관련 증상이 많았다(보건과 복지, 2013). 고대안산병원 안과 서영우 교수는 “성인과 달리 성장기 청소년기엔 근시 진행이 빠르다”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과다 사용은 근시 유발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 안 되면 짜증·불안

심리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학습 흥미와 효율성을 높이는 디지털 교육환경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학업량이 과도해져 스트레스를 느낀다. 일부는 학업에 싫증을 느끼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실제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 초등학생에게서 짜증,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초조함 같은 심리 문제가 나타났다(한국간호교육학회지, 2012). 고려대 간호학과 서문경애 교수는 “앞으로 스마트폰을 개인용 디지털교과서로 활용하면 VDT증후군이 더욱 급증할 것”이라며 “그럴수록 휴식과 운동을 통해 바른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VDT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시간을 정해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50분 공부, 10분 휴식을 취하는 식이다. 쉴 때는 간단한 체조나 운동을 해준다. 평소 자세를 교정하는 습관도 길러야 한다. 특히 의자나 책상은 성장하는 키에 맞춰 그때그때 높이를 조절해 준다. 키와 몸집에 맞지 않으면 무릎과 척추에 부담을 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소아는 피부와 호흡기가 약해 실내공기에 민감하다. 공부방과 컴퓨터·주변기기의 미세먼지를 수시로 제거하고 환기를 시킨다. 최정화 교수는 “청소년기엔 신체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다”며 “부모가 아이의 자세와 성장, 그리고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면 전문 치료나 상담을 서둘러 받아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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