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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병사, 가혹행위 신고 후 시달리다 자살 기도"..
사회

"해병대 병사, 가혹행위 신고 후 시달리다 자살 기도"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07/20 08:59
500번의 경례연습, 기수열외, 전출 묵살까지
해병대에서 선임병의 구타 등 가혹행위를 신고한 병사가 타 부대 전출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하고 부대에 남아 폭언과 '기수 열외' 등 은근한 보복에 시달리다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알려졌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와 피해 병사의 가족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 해당 부대에 배치된 A 일병(20)은 부대에 온 지 며칠 안 된 그달 24∼28일 다른 동료 두 명과 함께 선임병 3명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

철모로 머리를 얻어맞거나 넘어지면 발로 밟히는 등 구타당하면서 모멸감을 느낀 A 일병은 마침 부대에 찾아온 민간인 상담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이를 통해 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가해 병사 3명은 다른 부대로 전출됐으나 정작 전출을 원했던 피해자들은 계속 부대에 남게 됐다. 이후 A 일병은 6월 28일 생활관 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기도했다. 다리부터 떨어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왼쪽 발을 심하게 다쳤다.

A 일병의 가족들은 그가 부대에 남으면서 다른 선·후임병의 폭언과 괴롭힘, 무시하는 태도 등에 계속 시달린 것이 자살 시도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들은 선임병들이 A 일병이 자는 침상을 발로 차는가 하면 샤워실에서 나체 상태인 A 일병을 세워두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선임병들이 그에게 경례 연습을 500번 이상 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의 관물대에서는 소지품과 군 지급품이 자주 사라졌다. 심지어 이병인 후임병들이 인사를 하지 않고 무시하는 등 이른바 '기수열외'도 있었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데도 해당 부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피해자들의 전출 요구를 들어주지 않다가 A 일병이 투신한 이후에야 부랴부랴 다른 피해자 한 명을 타부대로 전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부대 간부인 B씨는 투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에게 "A 일병이 '내가 선임병을 쓰러뜨릴 수 있다'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A 일병에게도 '그런 발언을 했기에 (가혹행위 등) 문제는 너도 안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고, 그도 동의했다"고 말했다고 피해 병사 가족들이 말했다.

가족 측은 "이는 가혹행위 피해자에게 도리어 부적응자 낙인을 찍어 책임을 돌리는 행태"라며 "더구나 A 일병은 그런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위는 A 일병 가족들의 진정을 접수하고 진위 파악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부대가 피해 병사를 관리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가혹행위의 내용은 현재 헌병대 등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아직은 사실 여부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폭력·가혹행위나 후임이 선임을 무시하는 행태는 해병대 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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