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문제점이 개선된다. 공정위는 20일 이런 내용의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공정위는 입찰담합 사건에 참여한 들러리 사업자가 5곳 이상일 경우에는 업체 수에 비례해 관련 매출액을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봤다. 또 제재대상 업체가 담합을 통해 실제로 얻은 부당이득 규모를 고려해 과징금을 최대 절반까지 감경해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런 조치는 실제 불공정행위 정도에 비해 과징금이 업체별로 불합리하게 부과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공정위는 입찰 담합 사건을 적발했을 때 낙찰받은 업체는 물론 사전 협의에 따라 입찰 서류만 내고 들러리를 서준 업체의 관련 매출액까지 합산, 이를 기초로 과징금을 산정한다. 따라서 들러리 업체가 늘어날수록 해당 계약에서 실제로 발생한 부당이득 규모에 비해 총 관련매출액 합계가 훨씬 많게 계산돼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부작용이 종종 발생했다.
또 과징금을 최종적으로 계산할 때 이 부당이득 규모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다보니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이 더 많은 과징금을 내는 일도 생겼다. 지난 5월 공정위는 국책사업인 천연가스 주배관 1·2차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해 1조7천억원 규모의 공사를 나눠먹은 건설업체 22곳을 제재했다. 당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총 1천746억원으로, 중견 건설사 한양이 현대건설(362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15억원을 부과받았다.
중소업체인 삼보종합건설에는 69억4천만원이 부과됐다. 이는 현대중공업(69억2천만원), 두산중공업(62억5천만원), GS건설(61억4천만원), 한화건설(57억8천만원)보다도 큰 액수였다.
공정위는 "다수의 들러리사가 참여한 입찰건의 경우 과징금 산정을 위한 기초금액이 부당이득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커질 우려가 있다"며 "보다 타당하고 형평성에 맞도록 규정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내달 10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