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국정원 직원 행적 '자택→슈퍼마켓→화산리 야산'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 이천호기자 경찰이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의혹과 관련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과학정보국 직원 임모씨(45)의 마지막 행적을 쫓고 있다. 경찰은 임씨가 사망 당일 자택을 나서 용인의 한 야산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행적을 대부분 확인, 단순 자살 사건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용인동부경찰서가 CC(폐쇄회로)TV 분석을 통해 임씨의 사망 당일 행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18일 오전 4시50분쯤 출근한다며 경기 용인시내에 있는 자택을 나섰다.
임씨는 자신의 빨간색 마티스 승용차를 타고 평소 낚시를 위해 자주 들렀던 용인의 저수지 근처로 가는 길에 한 슈퍼마켓에 들러 호일접시 2개, 소주 1병, 담배 1갑을 구입했다. 임씨의 차량은 이날 오전 6시20분쯤 숨진 채 발견된 장소에서 1km 남짓 떨어진 지점 도로를 지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이날 새벽 임씨의 차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한 마을 주민은 "차가 좁은 길로 힘겹게 올라가길래 길을 돌아가라고 소리쳤는데 창문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의 아내 김모씨는 출근한다고 집을 나간 남편이 '나오지 않았다'는 직장의 연락을 받고 남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자 오전 10시쯤 관할 소방서에 신고했다. 김씨는 신고 당시 "부부싸움을 하고 나간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소방은 즉시 휴대폰 위치추적에 나섰다.
임씨 휴대폰의 마지막 신호가 잡힌 곳은 화산리 인근 기지국이었다. 소방대원들이 2시간여 수색을 진행한 끝에 임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경찰에 인계했다. 자택에서 12km 가량 떨어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야산의 중턱 부근이었다.
임씨는 이날 정오쯤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임씨는 구두를 신고 정장 바지와 반소매 와이셔츠를 입은 채 운전석에 누워있었다. 임씨의 차량 안 뒷좌석과 조수석에선 호일접시 위에 놓인 타다 만 번개탄이 발견됐다. 임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 3장도 발견됐지만 볼펜 등 필기도구는 없었다. 임씨가 계획적으로 자살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임씨의 사망 원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자살'로 결론짓고 번개탄 구입내역 등 밝혀지지 않은 행적을 추적 중이다.
임씨의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업무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 3장 중 1장 공개…야당 "죽음 배경·해킹 의혹 밝혀야"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 글 "공작 내용 노출될까 삭제한 듯"
'불법' 없다면서..국정원 직원 사망 전 자료 삭제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45)씨는 이탈리아 '해킹팀'의 해킹 소프트웨어인 '아르시에스'(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를 도입하고 직접 운용해 온 담당 실무자로, 숨지기 전 국정원의 관련 전산기록 등을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공개된 유서에서 임씨는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지만, 관련 자료를 삭제한 이유와 불법적 행위가 없었는데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에 대해 야당은 "국정원의 제대로 된 해명과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씨는 '국정원장, 차장, 국장'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저의)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하다.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임씨의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이날 유족들의 동의를 거쳐 임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그는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서 '대북'과 '오해를 일으킬'이라는 말은 삽입 표시와 함께 원래 문장에 추가돼 있는 형태다.(▶ 바로가기 : [전문] 국정원 직원 유서 http://www.newsyh.co.kr/detail.php?number=4688&thread= )
공개된 유서는 임씨가 숨진 차량의 조수석에서 발견된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 가운데 일부다. 가족에게 남긴 2장의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임씨는 전날 낮 12시께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 중턱에서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국정원은 임씨가 해킹 의혹을 받고 있는 아르시에스 프로그램의 구입 과정에서 "실무(를) 판단하고 주도한 사이버전문 기술직원"이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19일 저녁 '직원 일동' 이름으로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 직원(임씨)은 본인이 실무자로서 도입한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매도에 분노하고 있었다"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 왔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자기가 잘못해서 국정원에 누가 되지 않았나 하고 노심초사했었던 것으로 주변 동료들이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테러·대북 공작활동 자료 삭제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공작 내용이 노출될 것을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의대로 이를 삭제하고 그 책임을 자기가 안고 가겠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은 현재 그가 무엇을 삭제했는지 복구 작업 중"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 직원이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과 앞서 제기된 민간인 해킹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과 국민사찰 의혹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 때문에 자살했다는 새누리 주장 설득력 잃어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45)씨가 전날 국정원에서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 도입 및 운영 등과 관련해 국정원의 특별감찰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임씨는 17일부터 국정원에서 직무와 관련한 특별감찰을 강도 높게 받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당일에도 오전 10시부터 국정원에서 후속 감찰을 받기로 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씨의 자살 동기가 해킹 프로그램 도입·운용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 때문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오전 10시부터 국정원에서 조사받기로 돼 있던 임씨가 출석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자 감찰당국이 가족에게 연락했고, 가족도 뒤늦게 임씨에게 연락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자 사고를 의심해 당국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숨진 임씨의 당일 행적과 관련해, 임씨가 새벽 5시쯤 집을 나간 뒤 8시쯤 가족이 수차례 연락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가족이 실종신고를 했다는 경찰이나 국정원의 발표와 배치된다. 이에 따라 임씨의 자살 동기를 제대로 밝히기 위해선 국정원이 진행한 감찰 조사 결과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