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주시장의 막말 논란이 전국적인 이슈가 돼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사건의 발단은 진주시장이 일과 중에 목욕탕을 수시로 출입한 것을 언론이 보도하게 되고, 또 이에 대해 시장이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어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시장은 바쁜 시정가운데 일정을 소화하려다 보면 공중목욕탕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는냐는 논리에 “그게 뭐 그리 대수냐”라고 항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청으로서는 응당 시장의 입장을 대변하여 해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시 의회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시장이 업무 시간에 관용차와 수행원을 대동하고 목욕탕을 출입한 것을 ‘공직자의 일탈’로 규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선 도전을 공표한 현 시장으로서는 이번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뒤따른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이를 배후가 있는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장으로서는 의례 일상적인 활동의 일환으로 행해온 관습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진주시는 “시장의 위치는 정무직이라 출퇴근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언론들은 시장이 자신을 비판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사이비 언론’이라 폄훼하며 시청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언론사와 취재기자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거친 언어를 퍼붓고 격정과 노기(怒氣)를 그대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진주시장의 이번 목욕탕 출입 파문이 겉잡을 수없이 퍼져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세세한 내용은 이미 수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가 되고 있고 당사자 간에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해 두고자 한다.
첫째, 이번에 시장이 공무를 수행해야 할 시간에 개인적인 용모 관리를 위해 목욕탕을 무시로 출입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추측성 기사가 아닌 사실 곧 팩트에 기초한 일종의 심층보도였다는 점이다. 이는 언론매체의 정당한 취재활동이며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다. 언론은 특정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해 최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erting)의 기능도 엄연하게 있는 것이다.
둘째, 이번에 취재보도를 한 언론매체를 ‘사이비’로 매도하며 심각하게 폄하한 것은 언론매체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이는 해당 언론사에 대한 심대한 명예훼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근거도 없는 일방적인 추정이 아니라 팩트를 기반으로 보도한 언론의 사회적 감시와 비판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언사라 할 수 있다. 크게는 언론의 자유 보장을 침해하는 행태이기도 하다. 언론은 대중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기능으로 갖고 있다.
셋째, 이번 언론보도에 대해 시장의 반응이나 대응이 공직자이자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민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 설사 개인적 행실에 대한 보도라 불편했겠지만 반성과 성찰에 앞서 진실에 대해서 격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였다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처사다. 지도자의 언행은 그의 품격이나 인품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라 치더라도 그에 대해 정당한 반론이나 소명은 공인으로서의 품위와 절차를 갖췄어야 했다.
공인이 공적인 자리에서 언론 보도대로 그런 폭언과 막말을 쏟아냈다면 그것은 공직자로서 필요한 자제력과 포용력과 소통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지도자일수록 자신의 명예를 소중하게 여겨 공적으로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도 침착함과 절제력을 갖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진주시장의 목욕탕 출입 논란은 그동안 묵인되어 왔던 공직의 관습이 시대의 요구에 맞게 혁신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할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과거의 적폐 청산과 함께 사회의 ‘건전성’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