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의 영화 '검은 사제들'이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난 5일 개봉 첫 날 19만 관객을 동원하며 11월 비수기에 접어든 극장가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검은 사제들'은 주말 하루 58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하며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그리고 개봉 7일째인 11일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만든 이들도, 배급한 이들도 깜짝 놀란 폭발력이다.
'검은 사제들'은 악마에게 사로잡힌 여고생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의식에 나선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엑소시스트' 등이 널리 알려진 장르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본격 엑소시즘 영화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극장가에서 엑소시즘 영화들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던 전례도 불안감을 키웠다. 그러나 '볼만하다' '긴장감 있다'는 평가 속에 영화는 걱정을 한 방에 날렸다.
실제 '검은 사제들'은 공포물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호러보다 스릴러에 가깝다. 생소한 소재에 한국 관객이 선호하고 또 친숙하게 즐기는 장르를 접목한 셈이다. 또 인물의 만남을 다소 긴 시간을 들여 보여주고 손을 맞잡은 두 사제가 명동 한 복판 허름한 옥탑방에서 벌이는 마지막 40분의 '구마의식'에 모든 걸 쏟는다. 하이라이트가 40분이라는 말이다.
영화는 이미 익숙한 엑소시즘의 원형에 한국적인 설정을 가미하고 다양한 디테일을 더했다. 의식에 필요한 성수와 십자가, 종 등 도구를 준비하고 소금으로 결계를 치는 것으로 시작해 구마의식의 전개와 엄명 과정, 마무리를 하나하나 충실하게 보여주며 호기심을 만족시킨다. 그리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기운을 막바지 폭발시키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비명이나 특수효과에 기댄 깜짝쇼는 없다. "판타지가 아니라 리얼리티가 바탕이었다"는 '검은 사제들'의 송대찬 프로듀서는 "침대 뜨고 날아다니고 목 꺾고 허리 꺾고 이런 것을 배제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터스텔라', '마션' 등에 반응하듯 새로운 장르와 볼거리로 신선함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요즘의 관객이라면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영화를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게 제작진의 언급. 꼼꼼한 묘사, 독창적인 설정이 더해지면서 소재의 불안감은 신선함이 되어 돌아왔다. 이 부문 고전이나 다름없는 '엑소시스트' 등을 동시대에 접하지 못한 젊은 관객들은 새로운 재미에 반색했다.
이 모든 시도를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게 만든 데는 스타파워를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검은 사제들'은 한국 장르영화의 외연 확장에 스타파워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다. 신망있는 제작사의 도전 역시 실험적 시도가 흥행영화로 안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강동원은 '검은 사제복의 강동원'에 대한 판타지로 영화 제작단계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렸고, 공개된 스틸컷 하나하나로 여성 관객들의 눈길을 붙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은 중량감 있는 연기로 부마사제를 그리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이들 덕에 관객 역시 더욱 쉽게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생소한 엑소시즘 영화'가 아니라 '강동원의 영화', '김윤석의 영화'로 관객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사 '영화사 집'의 송대찬 프로듀서는 김윤석과 강동원이라는 두 배우의 캐스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면서 "스타파워를 지닌 이들이 새로운 영화에 도전할 때 장르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톱스타의 참여는 기본적으로 큰 힘이지만 거꾸로 실패할 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흥행을 생각한다면 배우에게도 쉬운 선택이 아닌데 흔쾌히 합류를 결정하면서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귀신들린 여고생 영신 역의 박소담은 마지막 한 방을 선사했다. 머리를 빡빡 깎고 침대에 묶인 채 연기를 펼쳐야 하는 악조건 속에 신인 여배우에게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책임지는 중책이 주어진 터였다. 그러나 박소담은 무서운 몰입으로 관객을 기가 질리게 하며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대선배 김윤석 강동원 사이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이었다. '검은 사제들'은 될성부른 떡잎 박소담을 제대로 발견케 한 작품으로도 기억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