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강대옥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 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 발의 일정이 공개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4당은 대통령 주도의 개헌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개헌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21일에 발의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여당의 요청에 따라 마지막 시한까지 발의를 늦춘 것이다.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국회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를 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당시 모든 당 공약대로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를 지키라는 더불어민주당과, 동시 투표 약속을 깨고 ‘6월 개헌안 여야 합의-지방선거 이후 국민투표’로 번복한 자유한국당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권력구조(정부형태) 개편과 총리 선임 방식, 선거제도 개혁 병행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개헌 시기, 내용을 둘러싼 야4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을 오는 26일에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관련 비서관들에게 지시했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반대한다. 이를 위해 여야가 26일 이전까지 남은 1주일간 협상을 시도해,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전제로 국회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합의하는 방법이 있다. 대통령은 사실상 ‘상징적 존재’로 두고,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내각 구성 등 실질적인 국정운영을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6.13 지방 선거일로부터 역산한 대통령의 마지막 발의 시한이 26일인 만큼 그때까지는 다시 한 번 국회의 합의를 기다려보고 합의가 안 될 경우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대통령 4년 연임제로 바꾸고, 국무총리는 현행대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할 것을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 방안을 “현재로서 최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전폭 수용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동시 투표를 요구하는) 민주당 개헌 일정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대통령 개헌안의 골자는 4년 연임 대통령제와 수도조항 신설, 기본권 조항의 손질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개헌 제안과 개헌안의 내용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대통령 발의 이후에라도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전제로 국회가 합의해 개헌안을 마련하면 그때 대통령이 자신의 개헌안을 철회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권에 우호적 입장을 취해온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총리를 국회가 추천하고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 추천제’를 당론으로 정했다. 현행대로 대통령이 총리 임명(국회 동의 필요) 및 내각구성권을 갖도록 한 청와대·여당의 개헌안과,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내각도 선임하도록 한 자유한국당 개헌안 사이에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 형태와 관련해서도 야당들이 주장하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보다는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국회가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 의지를 갖는다면, 5월4일까지 국회 개헌안을 준비할 시간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국회 개헌안이 마련된 뒤 개헌안 공고 20일, 공고 이후 60일 이내 국회 의결, 의결 이후 18일간 국민투표 공고 기간 가운데 ‘60일 이내 국회 의결’을 ‘하루’로 압축하면 6·13 지방선거 이전인 5월4일까지 국회 개헌안 합의를 위한 협상 시간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정의당 헌정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들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고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안에서 총리 선임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국회가 논의해 합의할 시간이 있는데, 대통령에게 발의도 하지 말고 개헌 논의를 국회에 전적으로 넘기라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며 야당을 비판했다.
청와대는 24일까지대통령의 개헌안을 분야별로 나눠 국민들에게 공개한다. 하지만 이또한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받아들여야 가능한 방안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인사는 “결국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뒤, 여론이 야당을 압박하는 흐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시 투표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강해지면,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협상 공간이 지금보다 더 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개헌 국민투표 시기와 선거제도 개혁 등 다른 쟁점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자유한국당은 6월까지 개헌안을 국회에서 발의한 뒤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9월께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일정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 전제된다면 청와대가 추진하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총리 선임 방식과 관련해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자는 당론을 지난 6일 채택했다. 대통령 개헌안의 발표와 설명은 조국 민정수석이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