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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군자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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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군자고궁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3/21 08:01 수정 2018.03.22 08:53
▲ 김덕권 칼럼니스트

군자고궁

유사(有史) 이래 언제나 어렵지 않은 때는 없었을 것입니다. 단군 이래 제일 풍요롭게 산다는 요즘도 어렵기는 마찬 가지이지요. 우선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남북정상회담과 연이은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파도처럼 밀려온 청년 실업률, 또한 한미 FTA 개정 압박과 미국의 관세 폭탄, 또 여야의 극한대립과 무너진 사회도덕 등이 이제 참을 수 없는 경지까지 이른 것 같습니다.

그럼 이 미증유(未曾有)의 어려움을 어떻게 돌파하면 좋을까요?《논어(論語)》<위령공편(衛靈公篇)>에 군자는 곤궁에 처해도 의연하다는 뜻의 ‘군자고궁(君子固窮)’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원문을 보면 이렇습니다.

「在陳絶量 從者病 莫能興. 子路慍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라야 固窮. 小人 窮斯濫矣

공자와 제자들이 진나라에 있을 때, 양식이 떨어져, 따라간 자들이 쇠약해져 일어나지 못했다. 자로가 화가 나서 공자를 뵙고 말하기를 “군자도 또한 곤궁함이 있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군자라야 본래 곤궁할 수 있으니, 소인은 곤궁하면 바로 넘쳐버린다.」

군자는 어려움을 이겨냅니다. 내 뜻을 굽혀 세속의 편한 길을 따르느니 떳떳한 역경을 선택한다는 결연함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심지어 군자는 역경을 겪을수록 더 강해집니다. 그러나 소인은 다릅니다. 소인은 재물을 잃으면 안절부절못하고,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혼비백산합니다. 죽음을 모면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기 때문에, 평소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넘쳐버린다는 말은 강물이 강을 따라 흐르지 못하고 범람한다는 뜻입니다. 제 갈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지요.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폴 스톨츠는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를 자신이 처한 역경에 슬기롭게 대처하며 견뎌내는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와 의지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군자는 곤궁에 처해도 의연하다는 ‘군자고궁’을 보며, 역경이 닥쳐도 더 단단해지고 의연한 자세를 가지는 사람이나 나라가 결국 역경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슨 일에나 세상에 답이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결국에는 다 통하게 돼 있는 것입니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답이 없다고 포기하는 것이지요.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는 사람이 군자이고 군자는 어려울 때 빛이 나는 법입니다.

그래서《맹자(孟子)》는 하늘은 어떤 사람에게 대임을 맡길 때, 먼저 그 심지를 괴롭히고, 다음으로 근골(筋骨)을 힘들게 하며, 몸과 피부와 같은 육신을 배고프게 하고, 그 몸을 텅 비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또한《주역(周易)》에 ‘궁 즉 통(窮卽通)’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것이지요. 이 말은 원래 <궁 즉 변 변즉 통 통 즉 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 해서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개인이나 단체나 사회나 국가도 좋은 시절이 있었으면 또 어려운 시절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일 것입니다. 증자(曾子)는《대학(大學)》에서 “남이 한 번 해서 잘하면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해서 잘하면 나는 천 번을 한다. 어떤 일도 이 방법을 잘해낸다면 아무리 몽매한 자라도 반드시 총명해질 것이고, 아무리 유약한 자라도 반드시 굳세져서 일을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기천(己千)정신’이다.” 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결연한 의지를 ‘다브카(davca)’라고 합니다. 호전적인 적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리고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이스라엘은 최고의 농업국가, 최고의 IT 강국으로 번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스라엘로 날아든 로켓포 숫자가 많았던 해일 수록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규모가 늘어났다 합니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정반대의 모습 아닌가요?

1991년 이라크 전쟁 당시의 인텔 이스라엘 공장 이야기는 아주 인상적입니다. 이 공장은 작은 규모의 하이테크 경제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스라엘 경제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늘 전쟁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만약 인텔이 위급 상황을 핑계로 가동을 멈추게 된다면 다국적 기업, 투자가들,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인텔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자체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퍼질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공장 책임자인 프로먼은 미사일 공습이 시작되어도 회사의 문을 열겠으니 지원자에 한해 출근해도 좋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도 불이익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지요. 어느 날 새벽 화생방 사이렌과 함께 미사일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새벽 3시 30분 프로먼은 방독면을 쓴 채 공장으로 출근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 시간에 75퍼센트의 직원들이 나와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이어진 미사일 공격 후에는 80퍼센트가 출근했습니다. 공격이 심해질수록 출근율은 더 높아졌다는 놀라운 얘기입니다.

‘공격할 테면 해봐라. 우리는 오기로라도 더 성공하겠다.’ 이런 이스라엘 사람들의 결연한 의지를 ‘다브카(davca)’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영어의 ‘despite’(그럼에도 불구하고)과 비슷한 의미라고 합니다. 우리도 개인이건 기업이건 국가이건, 힘든 여건 속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이런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유와 번영, 억압과 기아’ 이것이 이념과 사상의 차이가 만들어낸 오늘날 남북한의 극적인 대비입니다. ‘군자고궁’이고, ‘궁 즉 통’입니다. 이제 남과 북, 북과 미의 정상회담이 눈앞에 다가 왔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땅을 치고 통곡을 해도 이미 우리는 전쟁의 참화를 면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반목, 청년들의 일자리, 전쟁에서 평화로 가는 봄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이 시기를 돌파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힘들고 어두운 세상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모든 방면에서 ‘군자고궁’의 정신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그야말로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이 되어 어변성룡(魚變成龍)의 대국으로 성장하게 되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3월 2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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