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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는 자연인이다’ 서툴지만 처음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자연인 김만옥

이준석 기자 입력 2018/03/21 10:39 수정 2018.03.21 21:23
사진 : MBN

[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봄기운이 완연한 해발 650m 깊은 산골, 우거진 넝쿨숲 사이를 얼마나 헤맸을까? 흥겨운 노랫소리를 따라간 곳에서 마주친 한 남자가 있었으니. 아무나 캐기 어려운 칡을 능숙하게 캐고, 노랫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는 유쾌함에서 진한 자연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산골생활 5년차라는데 질문을 할수록 왠지 모르게 허술함이 느껴지는 자연인 김만옥(69)씨. 산골생활은 커녕 시골생활조차 경험이 없는 완벽한(?) 도시남이기 때문이란다. 한 평생을 도시에서 살던 그가 이 깊은 산골로 들어온 이유는 뭘까?

외항선 기관장이었던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아래 그 시절 흔치 않던 외동으로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그였다.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아버지는 엄했지만 아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하고 싶은 건 다 하며 부족함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제대 후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몇 년이 지나 돈도 꽤 모았다. 

굴곡 없는 평탄한 인생이었다. 결혼 후 아내가 뇌종양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아들이 태어난 지 백일쯤 됐을 때 아내의 몸에 이상신호가 감지됐고, 눈과 입이 돌아간 상태로 병원을 전전하다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에는 기술이 뇌수술을 할 수준이 아니었기에 그저 6개월 동안 병원에서 시키는 모든 것을 했고, 그동안 집이며 모아놓은 돈을 모두 털어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회, 절, 심지어 전국에 용하다는 만신집까지 찾아다니며 아내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의 눈물겨운 정성 덕분이었을까, 발병 후 1년이 됐을 때 기적처럼 아내의 눈과 입이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뇌에 손상을 입었기에 발병 전과 같은 생활을 하기는 어려웠다. 

재발하지 않게, 또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약을 먹여야 했고, 아내를 위해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자연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조차 쉽지 않았다. 두 번의 부도를 겪은 후, 친구 150명에게 빌린 2천만원으로 마지막이라 생각한 도전 끝에야 성공을 맛볼 수 있었다.

아내가 아프고 나서는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가족들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 30년이었다. 오로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사는 산골생활. 비닐하우스 집조차 그에겐 낭만이다. 텃밭에 감자를 심고, 산에서 캔 야생난으로 조롱박화분을 만들고, 대통밥을 지어 먹고.

서툴지만 처음 하는 이 모든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자연인 김만옥 씨의 이야기는 3월 21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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