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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 칼럼] 재벌이 가는 곳은..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 칼럼] 재벌이 가는 곳은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3/22 08:50 수정 2018.03.23 11:20

재벌이 가는 곳은

도대체 한국재벌(財閥)들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요? 며칠 전에는 2008년 삼성특검 당시 확인되지 않았다가 경찰수사에서 새로 발견된 삼성그룹 차명계좌 규모가 4천억 원대라고 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60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식물인간이 되어서도 경찰에 입건됐다고 하네요!

또 엊그제 뉴스에 의하면 삼양라면 재벌이 가짜 협력업체를 차려놓고 일감 몰아주기로 탈세를 해 수사 중이라 합니다. 아마 한국재벌 쳐놓고 형무소에 안 가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현재도 롯데구룹 신동민회장이 구속 되어 있고, 이재용 삼성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의 5대 재벌의 현황을 중심으로 본다면 재벌은 뚜렷한 전환의 시기에 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정주영 회장 사후(死後) 순조로운 가족 분할과 함께 2 세로 넘어가던 현대 그룹은 정몽헌씨의 자살과 함께 과거 현대의 규모에 비하면 그룹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보잘 것 없이 왜소해졌습니다.

가족 상속 2세대 최태원씨로 넘겨진 SK 그룹은 외국인 대주주의 경영 견제로 과거와 같은 그룹 경영은 불가능하고, 그룹 전체가 어떠한 변화로 어떻게 바뀌게 될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삼성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의 경영권을 이건희씨로부터 이재용씨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편법을 쓴 것을 두고, 두고두고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마침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연루 되어 재판 중입니다.

이제는 어느 재벌도 과거 재벌의 그룹의 대물림 방식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커온 우리의 재벌 구조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 속에서 영원할 것 같았지만, 그것도 IMF 경제금융 위기를 겪고 나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의 재벌 구조의 종말을 의미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탄생이기도 합니다. 또한 재벌 구조변화는 재벌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자기 방어적 변신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과거의 재벌 구조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 경제ㆍ사회의 변화와 요구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속담에 ‘아무리 부자도 그 부가 3대를 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부가 천만년 갈 것처럼 오만하고 부정이란 부정은 다 저지르고 마침내 붉은 돌담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래도 현실의 감옥은 나올 길이나 있지만 영생의 감옥에선 나올 기약도 없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경제를 일으킨 공(功)도 있을 것입니다. 재벌이라고 다 그렇게 사악(邪惡)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권력과 결탁하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그들의 일생을 볼 땐 아마도 그 지옥의 불길은 벗어날 수 없어 보이니 그 불쌍함이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의 하는 짓을 보면, 하루 세끼 먹고 두 다리 쭉 뻗고 사는 우리네 삶 보다 결코 나아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우리 서민들의 삶이 재벌보다 더 큰 부자가 아닐까요? 우리 재벌들이 그와 같은 진리를 깨닫고 바르게 경영하고 세상을 위해 큰 공덕을 쌓고 가면 더 이상 형무소에 들어갈까 두려워하거나 지옥에 들어갈까 떨지 않아도 될 것이니 말입니다.

재벌의 한자 본래 의미는 ‘금융파벌’ 또는 ‘금융집단’입니다. 그리고 재벌이라는 용어는 큰 돈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기도 하지요. 간단히 정의하면 재벌은 ‘한 가족 또는 두 가족이 지배하고 소유하는 거대 다각화된 복합기업’으로서 독특한 한국적 경영을 그 특징으로 합니다. 독특한 한국적 경영이란 가족이 소유하고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재벌의 특징은 한마디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재벌기업 경영에서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주요한 결정도 내리기도 하지만 이들은 절대적으로 재벌가족의 이익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과 일본의 재벌은 가족소유와 다각화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지만, 한국의 재벌은 일본의 재벌과 달리 가족만이 중요 경영의 결정을 내린다는 측면에서 다르다고 하네요.

그럼 어떻게 하면 재벌이 교도소에도 안 가고 지옥에 떨어지지도 않을 수 있을까요? DFS라는 면세점을 아시나요? <Duty Free Shoppers>라는 면세점 체인을 경영하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척 피니는 현재까지 전 재산 8조 중에 20억을 제외한 전 금액을 아틀란틱 재단에 기부하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돈이 자신이 기부했다는 것조차 밝히지 않고 수 십 년간 살아오다가 15년 전 코넬대학에서 자금의 출처가 검은돈이 아닌지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대부분 이 돈은 전 세계 암 관련 연구, 베트남 교육 및 의료, 남아공 의료개선, 미국 내 비 보험 어린이를 위한 의료보험 지원 그리고 모국 아일랜드 평화 대학기금 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부자는 아직 15불짜리 카시오 시계를 차고 다니고 본인 명의의 집과 자동차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비행기도 이코노미만 탑니다.

그래서 올해 아일랜드의 모든 대학이 합동으로 그에게 명예 법학학사 학위를 수여했고, 현재 그의 인생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 척 피니 역할은 조지 클루니가 맡았다고 합니다. 아 정말 대단한 분이 아닌가요?

이 세상 사람들은 대개 나타나 보이는 것은 믿으나 나타나지 않는 것은 믿지 아니합니다. 그리고 외부의 영화(榮華)에는 정신이 몰두하나 내면의 진실은 찾아보지 않지요. 그리고 당장의 이해에는 추호를 살피나 장래의 죄와 복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또한 그 행동이 매양 형식과 거짓을 꾸며서 근원 있는 실력을 기르지 못합니다.

또 그날그날의 허영과 이욕에 날뛰다가 필경은 죄업의 구렁에 떨어지고 맙니다. 어찌 애석하지 않겠습니까? 화려한 제 뿔만을 사랑하고 잘못 생긴 제 다리는 미워하던 사슴이 포수에게 쫓기어 숲속을 헤쳐 나올 때, 저를 살려 준 것은 잘못 생겼으되 잘 뛰어준 다리였고, 저를 죽일 번하게 한 것은 화려하되 숲에 거리끼기만 하던 뿔이었습니다. 돈이 제 아무리 많으면 뭐합니까? 베풀지 못하고 부정으로 얼룩진 재벌이 가는 곳은 붉은 돌담 집이나 화탕 지옥(火湯地獄)이 아닐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3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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