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언론의 공정성
사회

언론의 공정성

김현태 기자 입력 2015/11/19 22:27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이와 같은 매체환경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언론 관련법의 정비 내지는 포괄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계속 대두되었으나, 그 결과는 정쟁으로 변질된다던지 하여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17대 국회 개원이후 국민적 지지를 안고 언론의 공정성 담보를 위해 언론관련법을 제?개정하여 신문의 소유지분을 제한함으로써 언론의 재벌화 또는 독점화, 또 그로부터 발생하는 정보의 통제와 왜곡현상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위성방송디지털방송의 실시, 그리고 국경없는 전파의 특성상 방송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방송광고판매대행등에관한법률(이하 미디어렙법이라 한다)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에 관한 찬반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즉, 외부적인 과학기술적시대적 상황변화 외에도 그 동안 우리나라의 특이한 정치적경제적 상황 속에서 언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부정적인 측면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언론의 공정성 담보를 위하여 언론의 편중화재벌화독점화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관계법의 제?개정과 관련된 최근의 과열되고 있는 논의를 지켜보노라면, 우리 헌법의 이념, 또는 기본원리와 기본질서에 적합한 제도가 구체적으로 과연 어떤 것인가에 관한 진지하고도 학문적인 모색을 하기보다는 각기 이익집단의 논리를 정당화시켜 주는 표피적인 이론만을 앞세운 소모적인 양상을 띄고 있어 안타깝다. 인류사를 돌이켜보면 세기가 바뀔 때마다 언론매체는 큰 변혁기를 겪어 왔다. 인간의 언어는 기원 전 10만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하나, 15세기에 이르러 인쇄기가 발명되고 나서야 비로소 대량 출판이 가능해지기 시작했고, 활자인쇄의 혁신은 종교개혁과 문예혁명으로 이어지는 주요발판이 되었으나, 출판이 본격적인 대중매체로서 저널리즘으로 승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1830년대에 증기추진식의 실린더 인쇄기가 발명되면서부터이다. 이 시기는 국가의 공권력이 적게 행사될수록 바람직하다고 믿었던 야경국가시대였으며, 따라서 국가의 간섭을 최대한 제한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고자 했던 자유주의가 팽배했던 때였다.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하에 미국 헌법이 제정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서유럽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산업화의 열기 속에 실린더인쇄기는 약 90여 년 동안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인간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외부에 표현할 수 있게 하였고, 그것은 곧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시기는 자유주의에 기초한 초기자본주의가 몰락하고 수정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사회국가 또는 복지국가이론에 따라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시도되던 때였다.

언론의 공정성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언론이라는 곳은 공정해야 하는 곳, 공정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대를 떠나서 보편적인 윤리강령일 것이다.

언론의 기능 중 하나로써 환경감시의 기능이 있고 또한 언론의 역할에서 watchdog의 역할이 있듯이 언론은 사적 이익이나, 편협함 없이 공정하게 뉴스를 보도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대한민국 언론들은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솔직히 말해서 ‘공정하다’, ‘공정하지 않다’라는 이분법적인 답은 내릴 수 없다. 왜냐하면, 언론사들이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공정성’이라는 개념은 애매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정성을 여러 가지 척도로 하여 측정은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측정에 있어서 문제점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언론의 공정성이라는 것을 척도로 하여금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척도를 하여금 측정하였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공정성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 공정한 것이고 무엇이 공정한 보도인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저널리즘의 원칙, 언론의 공정성, 언론의 역할 등의 수많은 언론 서적에서 공정한 보도에 관해서 많은 언급을 하였지만 사실상 뚜렷하게 언론의 공정성에 대해서 답을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면 무엇이 언론의 공정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언론사들은 언론 보도를 하는 순간부터 공정하지 않을 수가 있다.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리고 보도들이 모두 선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는 '방송이 공정성을 유지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인 의무조항이 아니더라도 모든 언론기관은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은 국민들에게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일 언론이 공정성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가는 까닭에서다.

언론의 공정성은 언론사의 보도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가 있다면 심층적인 취재와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 이슈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취재과정을 거쳐 보도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일방적으로 다른 한 쪽을 헐뜯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과정을 거친 확인 작업을 통해 보도내용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기계적 또는 숫자적인 공평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이견을 보이고 있는 양쪽 주장에 대해 언론에서 똑같은 시간을 할애해 프로그램에 반영했는지 여부가 언론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검증과 확인 과정을 거쳐 방송을 제작하고 기사를 작성했느냐가 언론의 공정성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언론사 경영진들과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가 이러한 언론의 공정성 개념을 왜곡해서 사용하는 등 언론의 공정성이 원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활용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언론사 경영진들과 방통위는 언론의 공정성을 단순히 숫자적 또는 기계적인 공평성으로 해석해 이를 앞세워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이나 기자들에게 가치중립을 요구하며 언론인들의 프로그램 제작과 기사작성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기자나 방송 제작자들이 권력기관에 대해 비판적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계적 중립성을 요구하며 간섭을 일삼고 있어 권력기관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견제 기능 또한 약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언론사 경영진이나 방통위가 언론의 공영성을 단순히 숫자적이고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주장하는 근거로 자주 이용하는 것이 바로 지난 1949년 미국에서 제정된 '공평의 원칙(Fairness Doctrine)'이다. '공평의 원칙'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언론사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공평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자체 규정으로 채택된 이 '공평의 원칙'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85년 폐지됐다. FCC가 '공평의 원칙' 규정을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중립을 요구하는 '공평의 원칙'이 언론인들의 취재의 자유를 억압해 미국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공평성이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와 취재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다분해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공평의 원칙' 규정을 폐지한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결정은 언론의 공정성이 단순히 숫자적이고 기계적인 공평성 유지를 통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이 취재 현장이나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사실(Facts)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 보도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언론의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해서다.

'공평의 원칙'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언론인들은 면밀한 취재가 필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잣대를 맞출 수 없을 경우 취재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회피하게 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의 공정성을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중립성으로 이해해 이러한 잣대를 언론인들에게 들이대며 취재와 방송제작 활동에 간섭과 압력을 가하게 될 때 발생한다.

이처럼  '공평의 원칙' 에 발목이 잡혀 언론인들이 취재와 방송 제작을 회피하게 된다면 결국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어 국민들의 알 권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언론의 공정성은 방송이나 신문을 떠나 모든 언론기관에 동일하게 요구되는 언론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다. 언론의 공정성은 공중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이 개인이 운영하는 신문에 비해 더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개념이 아니다. 모든 언론 기관이 언론의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동일하게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사는 소유구조에 관계없이 태생적으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탄생과 동시에 사회의 '공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사 경영진들과 방통위가 기계적인 중립성을 내세워 기자들이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숫자적인 중립성을 강요하는 것은 언론의 공정성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 언론인들의 정상적인 권력 감시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런 의도가 조금이라도 숨어 있다면 이는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 할 수 있는 반민주적인 행태로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