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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공정성이란
사회

언론의 공정성이란

김현태 기자 입력 2015/11/19 22:32
미디어미래연구소는 16일 한국언론재단 매화홀에서 제8회 미디어어워드를 개최하고 신뢰성·공정성·유용성 부분의 10대 미디어를 발표했다. 2014년도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에는 jtbc가 이름을 올렸고, 가장 공정한 미디어에는 YTN이 꼽혔다. jtbc는 가장 유용한 미디어로도 선정됐다.

우리나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는 '방송이 공정성을 유지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인 의무조항이 아니더라도 모든 언론기관은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은 국민들에게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일 언론이 공정성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가는 까닭에서다.

언론의 공정성은 언론사의 보도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가 있다면 심층적인 취재와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 이슈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취재과정을 거쳐 보도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일방적으로 다른 한 쪽을 헐뜯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과정을 거친 확인 작업을 통해 보도내용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기계적 또는 숫자적인 공평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이견을 보이고 있는 양쪽 주장에 대해 언론에서 똑같은 시간을 할애해 프로그램에 반영했는지 여부가 언론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검증과 확인 과정을 거쳐 방송을 제작하고 기사를 작성했느냐가 언론의 공정성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언론사 경영진들과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가 이러한 언론의 공정성 개념을 왜곡해서 사용하는 등 언론의 공정성이 원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활용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언론사 경영진들과 방통위는 언론의 공정성을 단순히 숫자적 또는 기계적인 공평성으로 해석해 이를 앞세워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이나 기자들에게 가치중립을 요구하며 언론인들의 프로그램 제작과 기사작성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기자나 방송 제작자들이 권력기관에 대해 비판적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계적 중립성을 요구하며 간섭을 일삼고 있어 권력기관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견제 기능 또한 약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언론사 경영진이나 방통위가 언론의 공영성을 단순히 숫자적이고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주장하는 근거로 자주 이용하는 것이 바로 지난 1949년 미국에서 제정된 '공평의 원칙(Fairness Doctrine)'이다. '공평의 원칙'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언론사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공평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자체 규정으로 채택된 이 '공평의 원칙'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85년 폐지됐다. FCC가 '공평의 원칙' 규정을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중립을 요구하는 '공평의 원칙'이 언론인들의 취재의 자유를 억압해 미국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공평성이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와 취재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다분해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공평의 원칙' 규정을 폐지한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결정은 언론의 공정성이 단순히 숫자적이고 기계적인 공평성 유지를 통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이 취재 현장이나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사실(Facts)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 보도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언론의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해서다.

'공평의 원칙'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언론인들은 면밀한 취재가 필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잣대를 맞출 수 없을 경우 취재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회피하게 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의 공정성을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중립성으로 이해해 이러한 잣대를 언론인들에게 들이대며 취재와 방송제작 활동에 간섭과 압력을 가하게 될 때 발생한다.

이처럼  '공평의 원칙' 에 발목이 잡혀 언론인들이 취재와 방송 제작을 회피하게 된다면 결국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어 국민들의 알 권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언론의 공정성은 방송이나 신문을 떠나 모든 언론기관에 동일하게 요구되는 언론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다. 언론의 공정성은 공중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이 개인이 운영하는 신문에 비해 더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개념이 아니다. 모든 언론 기관이 언론의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동일하게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사는 소유구조에 관계없이 태생적으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탄생과 동시에 사회의 '공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사 경영진들과 방통위가 기계적인 중립성을 내세워 기자들이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숫자적인 중립성을 강요하는 것은 언론의 공정성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 언론인들의 정상적인 권력 감시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런 의도가 조금이라도 숨어 있다면 이는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 할 수 있는 반민주적인 행태로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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