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종교인이라는 단어에서 자부심과 희생, 봉사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종교인이, 종교가 저렇게 하면안되는데” 하면서 우리는 우려스러운 눈으로 종교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인들은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고 있다며 착각하면서 국가를 위한 각종 기도회, 법회를 열면서 권력과 밀착하려는 몸부림을 자주 보아왔다.
나라와 국가지도자를 위한 기도회를 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국가조찬기도회가 보여준 행태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았다. 국가조찬기도회는 개신교계가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국가 지도자들을 초청해 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1965년 박정희 정권은 미국의 국가조찬기도회를 모델로 ‘국회조찬기도회’를 열었다. 1980년에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는데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까지 됐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분단 70년, 한국 기독교의 성찰과 반성’에서 “정권과 야합해 그들의 반인권 반민주에 면죄부를 주는 행태 또한 기독교회의 이름으로 이뤄졌다. ‘국가조찬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독재 세력을 두둔하고 축복해 주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1980년대 신군부 시절에는 노골적으로 불의한 세력을 축복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발행편집인도 국가조찬기도회를 비판하면서 “그것은 설교가 아니라 종교적 매매춘 행위”라고 꼬집었다.
국가조찬기도회가 50년 주년을 맞이하였었다. 2016년 테러방지법 국회통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중단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냈던 소강석 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정의도 지나치면 잔인함이 된다.”며 “적폐청산이 또 다른 적폐를 낳으면 안 되며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설교를 보고 참석 목사들은 “교회 현안과 교계의 목소리를 성경의 가치관에 맞게 차분히 잘 전달한 것 같다.”고 평가 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행해진 개신교의 적폐들을 묵인해 달라는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조찬기도회는 권력과 밀착하는 하나의 형식이었다. 안보와 국방을 빌미로 빨갱이, 종북이 그들의 활동영역을 넓히고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는 핵심 주재였다. 하지만 이명박근혜정권의 몰락으로 협소해진 영역을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이슈를 찾고 있다. 이번 조찬기도회가 대대적으로 열린 목적이라 여겨진다.
'종교가 정치와 만나면 세상에 피바람이 분다'는 격언은 인류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산물이다. 정치권력과 밀착된 종교는 인간의 구원이나 자비와는 거리가 먼 전쟁과 학살, 살인과 마녀사냥, 부정부패와 음모술수, 차별과 혐오, 부와 권력의 세습을 합리화시키는 도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어떤 경우에는 우리는 이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종교가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세속적 권력을 탐닉하다 보니 하나의 이익집단, 그들이 숭배하는 대상의 주식회사라는 말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종교인 과세를 적극 반대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세의 기본 원칙은 1968년에 결정된 국민 개세주의가 조세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국민개세주의는 본래 농민과 상인 계층과는 달리 면세특권을 누리던 귀족층에게도 세금을 거두기 위해 도입된 논리다. 우리나라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국민개세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종교계는 성직자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조직적인 반발로 번번이 좌절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정치적·종교적 증오와 편견, 차별과 선동의 중심에 있는 대형교회들과 일부 관련된 언론들이 종교인 과세에 노골적 반발을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목사들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종교인 소득'을 특정하기 어렵고, 사이비 종교나 소규모 교단이 소득세를 낸 뒤 정통성을 주장할 경우 종교 내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며 과세를 시행하면 엄청난 마찰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2년 유예'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종교는 교리나 신앙을 통해 얻게 되는 정신적 위안, 긴장의 해소, 죽음과 같은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예배, 기도, 노래, 설교, 법회 등의 의례 행한다. 종교는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에 사회적 측면에서 타 종교세력, 국가권력과 대립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는 역사적 문화적 산물어서 현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사회와 괴리되고 일방적인 종교는 그 사회에서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과거 종교인이라는 것, 종교를 신봉한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정의와 약자를 위해 불의와 싸우며 소외되고 억압받는 민중과 아픔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종교적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사회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종교인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