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신앙인 MB의 교훈
도무지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왜 유독 우리나라 대통령은 거의 다 교도소로 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110억 원대 뇌물수수 ·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명박(77) 전 대통령에게 3월 22일 자정 무렵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동부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 · 노태우 ·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네 번째 부패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영장을 발부한 박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타당성이 인정 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18개 정도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 달러(68억원)를 받은 것과 아울러 이 전 대통령자신의 소유인 다스에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339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총 350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오랜 물음과 뇌물수수는 세상에서 다 아는 바가 되었습니다. 그는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의 부패를 가능하게 한 배후이지요. 거대한 부패의 카르텔이 있기에 미증유의 뇌물수수와 부정부패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요?
법에 의한 엄정한 처벌은 당연합니다. 이 슬픈 현상을 계기로 구속 된 이명박의 배후에 있는 부패의 카르텔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감사론(監司論)>에 보면, 조선시대 관찰사(觀察使)는 지방관직 중 으뜸으로 꼽는다고 했습니다. 그 <감사론>의 골자는 돈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관찰사가 부임하면, 휘하의 군(郡)과 현(縣)에 감영(監營)에 바칠 세금을 곡식 대신 돈으로 바치라고 공문을 띄운다고 합니다. 값도 정해줍니다. 곡식 10말이면 돈 2백 냥입니다. 시세보다 훨씬 비싼 것입니다. 어쩌다 순진한 백성이 있어 곡식 10말을 지고 가면 받지 않고 돈으로 가져오라고 돌려보냅니다.
이렇게 받은 돈은 이듬해 봄 춘궁기가 되면 셋으로 나눕니다. 그중 한 몫을 곡식 10말의 값이라며 백성들에게 꾸어줍니다. 가을 추수 때가 되어 곡식이 흔해지면, 이때는 돈으로 받지 않고 곡식으로 받아 창고에 쌓아둡니다. 이 곡식이 또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지요.
이듬해 봄 곡식이 귀할 때면 팔아서 돈으로 바꾸고, 가을에 풍년이 들어 곡식 값이 떨어지면 돈을 풀어 곡식을 사다가 쌓아둡니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한 재산 모으는 것은 여반장(如反掌)이지요. 돈벌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선후기에 가장 흔했던 묘지를 둘러싼 소송이 있으면 불문곡직 귀양을 보내고 벌금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관찰사의 소임은 행정이 아닙니다. 오직 관권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일 뿐이지요. 다산이 살았던 시대에 벼슬을 웬만큼 한 사람이라면, 관찰사 자리를 한 번은 거칩니다. 그 중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다수는 관찰사를 지내면서 한 재산을 불렸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관찰사가 백성을 착취해서 올린 수입은 관찰사만의 몫이 아닙니다. 당연히 일부는 서울의 재상들에게 상납합니다. 또 일부는 자신을 찾아와 적선을 바라는 친척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좋은 평판을 얻습니다. 관찰사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괜찮은 집안들은 서로 며느리와 사위를 주고받으며 그물망처럼 복잡한 혼반(婚班)을 이룹니다.
과거를 치르면 알아서 뽑아주고, 좋다는 벼슬도 이 관계를 통해서 배분됩니다. 조선후기 서울의 거대 양반가를 ‘경화세족(京華世族)’이라 합니다. 돈과 관직의 교환, 혼반의 형성을 통해 거대한 이익의 카르텔, 아니 부패의 카르텔을 이루는 것이지요.
다산은 <감사론>에서 관찰사란 대도(大盜)는 야경꾼이 감히 누구냐 묻지도 못하고, 의금부에서 감히 체포하지 못하며, 암행어사가 감히 공격하지 못하고, 재상도 감히 말하지 못한다고 절망을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과거 권력자들의 모습입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끊는 것이 지금의 적폐청산입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네 번이나 되풀이 된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과 치욕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잘 찾아보고 이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대한민국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불법행위를 자행하면 언젠가는 처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앞으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나 고위공직에 나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교훈입니다.
둘째, 정치인은 정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8개의 범죄혐의에 대하여 증거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혐의사실을 모두 부인하였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사실에 대하여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이를 부인하고 전부 부하들의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은 절대 통하지 않음을 교훈삼아야 합니다.
셋째, 사욕을 채우는 사람이 정치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한 배를 타고 국정을 수행한 최 측근들이 모조리 등을 돌렸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대통령이 부정하게 모은 돈을 독식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 마디로 덕이 없는 사람은 정치인이 되면 안 된다는 교훈일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돈이 신앙인 MB의 교훈이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된 날 저는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위대한 대통령을 왜 우리는 모실 수 없는 것일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3월 2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