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횡포에 길가 내몰린 임차상인들…"이길 때까지 싸울 것"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매일 저녁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삼통치킨’ 건물 앞에서 상가 건물 주인들의 횡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다. 이곳에서 8년째 장사를 해 오고 있는 삼통치킨 사장 이순애씨(62)를 필두로 한 ‘맘상모’(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 회원들이다.
홍대 ‘삼통치킨’에서 폭력적인 강제 명도집행이 진행되고 있다. 집행 과정에서 건물주가 불법으로 장애인 용역을 고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습 단전까지 자행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 서부지법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법원 집행관과 용역 직원 29명 등이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걷고싶은거리에 위치한 삼통치킨에 대해 강제 명도집행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건물 세입자이자 삼통치킨 사업주 이모(62·여)씨가 남성 용역 직원에게 맞아 넘어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집행관과 용역 직원들이 냉장고, 튀김기 등 상점에 있던 집기를 화물차에 싣고 출발하려 할 때, 이씨는 차량 아래로 들어가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 있던 다른 상인까지 몰려들어 집행관과 용역 직원 등과 뒤엉키면서 차량은 출발하지 못했고, 이후 이씨는 홀로 상점에 들어갔다가 이 같은 변을 당한 것.
이순애(62) 씨는 지난 2007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삼통치킨을 개업했다. 권리금과 인테리어비용을 포함해 개업비용으로 2억원 정도가 들었다. 초반에는 역 외각지역이어서 장사가 잘 안됐지만, 주변에 경전철 역이 생기고 대형쇼핑몰이 들어오면서 가게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3년 말 건물주 하모 씨로부터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495만원이던 임대료를 각각 5억5000만원과 65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들었다. 3억원이란 큰돈을 구할 수 없었던 이씨는 월세를 두배로 올리고 장사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3달여 뒤 건물주는 “열흘안에 가게를 정리하면 1억5000만원을 줄 테니 나가라”고 통보했다. 이씨의 가게 권리금은 4~5억 원 정도로 책정된 상태여서 이씨는 건물주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 이후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임대 계약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건물주 손을 들어줬다.
“직접 장사하겠다”며 강행된 명도집행··· ‘장애인 용역 고용’에 폭력 행사까지
결국 지난 17일 오전 삼통치킨에 강제 명도집행이 진행됐다. 당시 집행에는 서울 서부지방법원 집행관과 용역직원 30여명이 참여했다.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력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가 장애인들을 불법 고용해 집행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영상에는 목발을 짚은 장애인들이 명도집행을 막으려는 상인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용역직원 사이에 장애인을 앞세워 명도집행을 막으려는 상인들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현장을 지켜본 상인의 설명이다. 명도집행 도중 삼통치킨 주인 이씨가 한 용역직원에게 폭행을 당해 넘어져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폭행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씨 등은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용역 폭력 상황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김영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법원에 신고된 용역들이 명도집행을 해야 하는데 당시 상황에서 정식고용 되지 않는 (장애인) 용역들이 집행에 참여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집행 과정에서 용역이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 또한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경찰이 폭행 상황을 방치 한 것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